“북, 반국가단체로만 볼 수 없다” 박시환 대법관 소수의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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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환(57·사진) 대법관이 대법원 판결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만 볼 수 없다”는 내용의 소수의견을 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2일 대법원에 따르면 박 대법관은 지난 7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의 이적성을 판단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북한을 그 자체로 단순히 반국가단체라고 보는 다수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재판은 실천연대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등에 참여해 폭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것이었다. 검찰은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규정해 김씨에게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가입한 혐의도 적용했다. 당시 대법원의 결론은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봐야 한다고 내려졌으나, 박 대법관은 이적단체로 보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박 대법관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기존 판례와 다수 의견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국가와 다름없는 체제와 구조를 갖추고 있고, 대한민국 역시 북한을 여느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상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한민국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단체라고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과거에 대한민국과 전쟁을 치른 적이 있고, 아직도 군사 대치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대법원 판례는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법관은 ‘반미’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가령 판단이 잘못돼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해가 되고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 된다 하더라도 이를 금지하거나 범죄로 취급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미가 반일이나 반중과 하등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도 덧붙였다.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박 대법관은 2003년 당시 대법관 인사에 반발하며 사표를 내 ‘4차 사법 파동’의 주역이 됐다. 변호사 개업 후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측 법정대리인을 맡았으며, 2005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2008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두율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 때도 “국가보안법은 마땅히 폐지되거나 개정되어야 한다 ” 고 밝힌 바 있다.

전진배 기자

지난 7월 실천연대 판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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