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국야광” … 예결위 일단 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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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 예결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단상으로 나와 회의 진행을 막고 있다. 이날 오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6인 회동을 갖고 예결위 정상화에 합의했다. [김형수 기자]


여야는 22일 새해 예산안 심사와 처리를 위해 다음 달 6일까지 예결특위를 가동키로 합의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오후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예결위 간사 등이 참석한 6인 회동을 하고 예산심사 정상화에 따른 예결위 의사일정을 이같이 정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예결위는 ▶23~24일 종합정책질의 ▶25, 26, 29일 사흘간 부별 심사 ▶30일, 다음 달 1일 계수조정소위 심사준비 및 자료작성 ▶다음 달 2∼5일 나흘간 계수조정소위 심사 ▶다음 달 6일 예결위 전체회의 등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합의사항 중 예산안 처리시점에 대해서는 여야 간 해석이 달라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가 예결위 일정에 합의한 것은 민주당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예결위에 임하기로 결정하면서다. 하지만 민주당은 민간인 불법 사찰논란, 또 이와 관련된 대포폰 문제에 대해선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대포폰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장외투쟁을 벌이는 동시에 예결위에서도 따질 것은 따진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투-트랙(two track)’이자, ‘주국야서’ 또는 ‘주국야광’(낮에는 국회에서 밤에는 서울광장에서)으로 불리는 접근법이다.

 ◆손 대표의 설득=국회 정상화 여부를 두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는 난상토론이었다. 당초 손학규 대표 등은 전날인 21일 청와대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투쟁의 강도는 높이되, 예산안 심사 테이블에는 복귀하는 방안을 논의했었다. 예산안 심사를 계속 보이콧할 경우 예산을 정쟁의 볼모로 삼는다는 비판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당내 강경파들이 들고 있어났다. “얻은 것 없이 예결위에 들어가선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관철해야 하는데 예결위를 정상화시키면 무슨 힘이 생기겠나. 만들어지고 있는 전선을 없애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5명이 발언에 나선 비공개 의총에선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고 한다.

 손 대표가 설득에 나섰다. 손 대표는 “백기 투항이 아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국회를 농단하고, 민생 예산을 유린하고, 4대 강 사업을 통과시키려는 걸 적극적으로 막아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주국야서로 싸워 반드시 국정조사와 특검을 관철시키도록 하겠다”고 거들었고, 병행투쟁론은 당론으로 결정됐다.

 장외투쟁의 전면에는 손 대표가 나섰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29일까지 일주일간 시한부 철야농성이다. 손 대표는 서울광장에서 “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반응 없이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선승혜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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