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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과 닉쿤이 같은 운명 ? 소름 돋거나 어이 없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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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엠넷 ‘비틀즈 코드’의 메인MC 윤종신(왼쪽)·유세윤(가운데)과 메인 작가 최대웅씨. [엠넷 제공]

하드록 그룹 백두산과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는 목관악기로 같은 운명이다. 백두산 김도균은 리코더로 상을 탔고, 씨엔블루 정용화는 클라리넷을 연주하니까. 신승훈과 2PM은 인형으로 같은 운명이다. 신승훈은 인형처럼 변치 않는 동안(童顔), 2PM 닉쿤은 생긴 자체가 인형이니까.

 시차를 두고 운명이 되풀이된다는 평행이론을 소재로 황당한 웃음을 터뜨리는 케이블채널 엠넷(Mnet)의 음악토크쇼 ‘비틀즈 코드’(목요일 밤 12시). 음악인을 초대해 억지스럽게 ‘평행’을 맞춘 뒤 “소름 끼칩니다”를 연발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 자세히 보니 MBC ‘황금어장’과 평행을 달린다. MC 윤종신과 유세윤이 똑같이 등장하니까? 메인 작가가 최대웅으로 같으니까? 이 정도로 평행이론을 주장하진 않겠다. 4일 녹화현장에서 확인한, 소름 끼치게 닮은 점을 파헤쳐본다, 팍팍!

 # 무슨 고민이 있나 vs 소름 끼치는 평행=‘황금어장-무릎팍 도사’가 던지는 “무슨 고민이 있어 찾아 왔나”는 시그널에 불과하다. 요체는 게스트의 일생을 훑는 ‘스타 인간극장’이다.

 ‘비틀즈 코드’의 평행이론도 세대를 달리하는 게스트를 한자리에 앉히는 미끼에 불과하다. 그런데 때로 솔깃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최대웅 작가는 “섭외 되는대로 짝짓기할 때도 있는데, 희한하게 반드시 유사점이 나온다”며 “요즘 가수들이 예전 가수를 롤모델로 삼아 성장해온 경우가 많은데다 음악시장 자체가 일정하게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가들이 사전 취재를 하지만 녹화 현장에서 건져내는 유사점도 많다. 부활의 서재혁과 2AM의 창민은 대화 중에 서로가 경찰군악대 출신임을 알게 됐다. “음악인이라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마련”이라는 최 작가의 가설을 입증하듯이.

 # 고품격 음악토크쇼 vs 음악사 미스터리=‘황금어장-라디오 스타’는 고품격 음악토크쇼를 내걸고 음악에 얽힌 소소한 일상다반사를 말한다. ‘비틀즈 코드’도 음악사 미스터리를 파헤친다면서 작곡가, 뮤직비디오 감독까지 끌어들여 무대 뒤를 파헤친다.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은 전문분야를 파고들 수 있잖아요. 앞으로 백댄서, 음악전문 PD 등까지 확대해보려고요.”(최 작가)

 ‘라디오 스타’와 ‘비틀즈 코드’를 넘나드는 윤종신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멜로디, 악기 편성 같은 지상파에서 하기 힘든 전문 얘기도 할 수 있는 게 ‘비틀즈 코드’의 장점이죠.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를 통해 눈에 보이는 무대보다 다채로운 세계를 얘기할 수도 있고요.”

 # 사회 명사 초대 vs 글로벌 스타 공략=‘무릎팍 도사’가 성취한 업적은 예능 프로그램에 최태지(발레)·안철수(CEO) 같은 다양한 명사를 등장시킨 것. ‘비틀즈 코드’의 꿈도 원대하다. 국내 스타와 팝가수 간의 글로벌 평행이론을 입증하겠단다. “K팝이 무섭게 크고 있어서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레이디 가가와 서인영을 나란히 앉히고 평행을 따져보는 게 꿈이에요.”(최 작가)

 안소연 PD는 “처음엔 회사 윗선에서 ‘너무 어이 없는 걸로 웃긴다’고 지적 받았는데, 요즘은 이 어이 없음을 이해하고 빠져드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처음에 욕 먹다가 빠져드는 중독성, 역시 ‘황금어장’과 ‘비틀즈 코드’의 운명은 되풀이되는 것인가. 아, 소름 끼친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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