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세금으로 집값 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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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중국과 홍콩이 치솟는 물가와 집값을 잡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위기 때 대거 풀린 돈이 물가와 자산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는 데다, 미국의 2차 양적 완화로 해외 투기자금까지 몰려들 기미를 보이자 단속에 나선 것이다.

 ◆홍콩, 부동산세 인상=“이번에 안 사면 기회가 없습니다. 또 오릅니다.” 요즘 평일 퇴근 시간대만 되면 홍콩의 신개발 지역인 청콴오(將軍澳)의 티우겡렝(調景嶺)지하철 역 앞은 부동산 중개업체 직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홍콩의 민영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조바심 난 구매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개업체 간 경쟁이 불붙었다. 홍콩의 유력 중개회사인 ‘센터라인부동산(中原地産)’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 10월까지 홍콩 민영 아파트의 가격은 평균 52% 치솟았다.

 이렇게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칼을 뽑았다. 홍콩정부는 19일 부동산 거래세율을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15%포인트를 더 부과하는 부동산 가격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일부터 부동산을 사고팔 때 보유 기간에 따라 ▶6개월 이내 15%포인트 ▶7~12개월 10%포인트 ▶13개월 이상 5%포인트의 거래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지금까지 부동산 거래세율은 거래액이 2000만 홍콩달러(29억원) 이상일 경우 4.25%, 그 미만이면 3.75%를 적용받았다.

 이와 함께 800만 홍콩달러 이상의 집을 살 경우 집값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의 상한선도 10% 낮췄다. 존 창(曾俊華) 재정사장(경제부총리 격)은 “홍콩 주택 가격이 폭등해 투기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2차 양적 완화 조치로 홍콩 자산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물가 대책 쏟아내=중국은 물가와의 전면전에 나섰다. 국무원 판공청은 농산물 생산 확대와 유통 원가 인하 등 ‘소비가격 안정과 국민기본생활 보장’을 위한 16개 긴급대책을 마련, 31곳의 성(省)정부 등에 이를 시행토록 지시했다고 21일 중국신문사가 보도했다. 물가 급등세에 19일 인민은행이 올 들어 다섯 번째로 지급준비율을 인상하며 돈줄 죄기에 나선 데 이은 것이다.

 ‘완력’도 동원할 태세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소비자 물가 상승 폭이 큰 지역에 직원을 파견해 물가상승의 원인을 조사하고 불법 행위에 대한 감독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미즈호증권의 센 장구안 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다음 조치로 금리를 손대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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