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소 찾은 일본 병사 일기 “조선 정벌하고 온 즐거운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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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일본인 병사가 한국인 여성 위안소를 찾았던 사실이 기록된 일기(사진)가 공개됐다.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 심포지엄에서다. 일본 시민운동가 다나카 노부유키(59)는 일본 육군 제6사단 소속이었던 아버지 무토 아키이치(당시 22세·2007년 사망) 분대장이 1938년 전쟁터에서 쓴 일기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기증했다.

 무토는 38년 2월 21일 일기에서 ‘오늘은 즐거운 나들이다. 이시카와와 둘이서 먼저 조선 정벌에 나섰다. 순서는 네 번째였다. 도미꼬, 경상남도’라고 썼다. 무토는 다음 달 13일에도 위안소를 찾았다. 일기에서 ‘즐거운 외출날이다.

먼저 오타구로, 이시카와 셋이서 위안소에 갔다. 일본·중국·조선을 정벌하고 돌아왔다. 오뎅가게에서 우동과 술을 마셨다. 취했다. 별 이상 없음’이라고 적었다. 무토는 위안소에 가는 일을 ‘즐거운 나들이’로, 위안부 여성을 범하는 일을 ‘정벌’로 표현했다.

다나카는 일기와 함께 아버지의 군복 입은 사진, 당시 동료들과 주고 받은 편지 300통을 함께 기증했다.

 정대협 김동희 국장은 “일본 정부는 관련 자료가 있어도 공개하지 않는다. 특히 병사나 일본군의 자료는 없앤 것이 많다”며 “병사가 쓴 위안부에 관한 자료는 매우 희귀한 것으로 ‘(위안부 관련) 증거가 없다’고 부인하는 일본 정부를 반박할 수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글=홍혜현 객원기자(KAIST 교수)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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