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 서울·요코하마로 … 동아시아 시대 실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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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호 01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폐막된 12일 저녁 중국 광저우에선 아시안게임 수변 개막식이 화려하게 펼쳐졌고, 13일엔 일본 요코하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시작됐다. 세계의 정상들은 서울에서 요코하마로 이동했다. 한·중·일 3국에서 굵직한 국제행사가 잇따르면서 동아시아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오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굳은 표정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 원’에서 내렸다. 서울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뒤이어 오후 6시쯤 파란색 넥타이를 맨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하네다에 도착했다. 입술을 꽉 다문 특유의 딱딱한 표정으로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G20과 APEC 정상회의는 동아시아 시대를 실감나게 만들고 있다. 세계경제의 장래가 달린 환율전쟁과 보호무역주의를 주제로 한 데다 거물급 인사들이 ‘아시아의 시대’를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절상 압박에 고개를 내젓는 후 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중계되고 있다.

13일 오전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이 요코하마에서 주최한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미·중 정상은 각국의 기업인들을 상대로 무역불균형과 위안화 절상을 염두에 둔 듯 공방전을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다시 아시아에서 지도력을 발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수출을 늘릴 엄청난 기회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지난 6일부터 인도·인도네시아·한국·일본을 순방하며 ‘아시아 밀착외교’를 과시했다. 같은 자리에서 후 주석은 “신흥국의 능력과 발전단계를 뛰어넘는 책임·의무를 부담시킨다면 협력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이 앞장선 ‘위안화 절상론’에 반박하는 얘기다. 후 주석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를 향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은 G20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을 맡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알맹이 없는 합의’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환율 갈등 수위를 낮추기 위해 경상수지 불균형이 과도한지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달러화를 더 찍어내려는 미국에 대해선 ‘책임 있는 행동’을 주문했다.

요코하마로 이동한 이 대통령은 “APEC의 신성장 전략과 G20의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정책은 서로 유사점이 많아 앞으로 전략적 연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20에 들어있는 9개국은 APEC의 정회원국이다. G20 정상회의 초청국인 싱가포르·베트남까지 합치면 11개국이 APEC 회의에 참석한다.

동아시아 시대가 주목받는 시점이긴 하지만 동아시아 내부는 불안하다. 최대 약점은 세계 2, 3위의 경제대국인 중·일 간의 불신과 갈등이다. 영토 이슈에서 양국의 민족주의가 고조되고 있다. 서울에서 가능한 한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후진타오 주석과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요코하마에서 대좌했다. 후나바시 요이치 아사히신문 주필은 최근 발간된 『축(軸)의 이동』에서 “아시아 경제통합을 정치적인 협조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일·중 간의 경제통합과 정치외교적 성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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