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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학 영재를 키워낸 엄마들의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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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엄마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두말할 것 없이 공부 잘하는 아이를 둔 엄마일 것이다. ‘엄친아’를 둔 엄마들의 자녀교육 비결은 뭘까? 수학·과학 영재를 키워낸 엄마들을 만나 궁금증을 풀었다.

송보명 기자

김성은씨

아들 김지호(15·한국과학영재학교 2)군

-중학교 1학년 조기 졸업
-경기교육장학재단 글로벌인재장학생
-아주대 수학영재교육원 수료

이애경씨

아들 손지훈(19·서울대 수리과학부 2)군

-서울과학고 졸
-대통령 과학 장학생
-서울교대, 연세대 수학영재교육원 수료

김연숙씨

아들 이중현(19·KAIST 공과대학 2)군

-중학교 2학년 조기 졸업
-한국과학영재학교 수석 입학
-서울교대, 연세대 과학영재교육원 수료

-영재들은 어릴 때부터 학습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던데.

 김연숙(51·강남구 대치동·이하 김연): 어릴 땐 산만해서 마음 고생을 많이 했어요. 초등학교 때 하루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수업도 빠지고 동물 사육장에만 있다”며 “주의를 주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전 오히려 선생님께 사육장에 있게 허락해달라고 했어요. 제 아이는 자연현상과 동물을 관찰하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영재들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이들과 비슷해요. 질문도 많고 자기만의 세계가 강해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죠. 반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몰입도는 대단해요.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빠르죠. 영재로 키우느냐, 문제아로 키우느냐는 부모의 몫이에요. 또래와 다르다고 해서 다그치고 혼내면 가능성이 문제점으로 변해버리죠. 아이가 독특하면 종합병원에 데리고 가서 IQ테스트와 심리테스트 같은 검사를 받아보세요.

 김성은(46·용인시 죽전동·이하 김성): 우리 아이도 부산하고 집중을 못해 고민이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차분해질까 궁리하다 데리고 앉아 책을 읽어줬어요. 그랬더니 잠도 안자고 책을 읽는 거예요. 나중엔 원서까지 줄줄 읽더라구요. 이해력도 뛰어나고 생각하는 것도 남다르죠. 아이를 잘 관찰해서 남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튀지 말라’고 꾸중하지 마세요. 에디슨 엄마처럼 아이를 보듬어줘야 해요. 엉뚱하고 사소한 질문을 수없이 해도 정성껏 답해주세요. 어려운 질문은 백과사전이나 인터넷 등을 활용해 아이와 함께 해결해 보는 것이 좋아요.

 이애경(47·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이하 이): 지훈이는 모범생인 편이에요. 그래서 과학고등학교에 보냈어요. 영재학교는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한 아이들이 많이 가잖아요. 장남인데다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의 영향을 받은 탓인가 봐요.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건 똑같네요. 삼국지는 너무 많이 읽어 제가 갖다 버리기까지 했어요. 수학 문제 하나를 붙잡고 몇 시간씩 씨름을 하고 있을 때도 많았어요. 엄마 입장에선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니었죠. 처음에는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통하지 않았어요.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고 싶으면 어른의 잣대로 잔소리하면 안 돼요.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의 성향이나 습관을 존중해야 합니다.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남다른 노하우가 있었나.

 이: 전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학습계획을 짜줬어요. 매월 말 아이와 함께 A4용지를 펴놓고 올림피아드, 경시대회, 중간·기말고사 등 주요 일정을 정리했어요. 학원 수강, 과제, 독서 등 구체적인 할 일을 정리한 주간계획도 세웠죠. 이렇게 하면 학습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돼 효과적이에요. 정해진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취침시간을 늦춰서라도 다 하게 했어요. 엄격하게 해야 실천하는 습관이 몸에 밸 거라고 생각했죠. 대신 일요일엔 자유시간을 줬어요. 계획을 잘 지킨 대가로 놀이공원에서 하루 종일 놀거나 친구들과 운동할 수 있게 했죠.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이용해야 해요.

 김연: 자유분방한 아이에게 계획대로 지킬 것을 강요하면 안돼요. 우리 아이는 호기심이 왕성하고 자연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생생한 경험을 많이 하도록 신경 썼어요. 아이가 벌레를 좋아해 집에서 장수풍뎅이, 하늘소, 사마귀, 애벌레 등 온갖 벌레를 다 키웠어요. 애벌레의 식량인 뽕잎을 찾아 경복궁, 잠실, 수원 화성 등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고 다니기도 했죠. 신문과 잡지에서 과학전시, 강연회, 과학실험 교실 등의 정보도 부지런히 찾았어요. 황우석 박사처럼 저명한 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강연도 듣고 질문도 하는 과학자와의 만남이 아이에게 큰 자극을 줬어요.

 김성: 지호는 다재다능한 편이에요. 수학·과학은 물론 음악과 영어에도 소질을 보여요. 능력을 골고루 발달시키기 위해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엄마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사회과학 장르만 편독하지 않게 철학·인문학 서적도 권해요. 영어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게 영어시험 정보를 모아주기도 하구요. 바이올린 콩쿠르에 참가할 때는 관객이 돼 느낌을 말해주기도 한답니다. 아이를 멀티플레이어로 키우려면 엄마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요.

-자녀 교육과 관련해 주변 엄마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면.

 김연: 아이의 스펙으로 특목고 진학이 가능한지 많이 물어요. 스펙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즐겁게 하는 거예요. 특목고나 영재교육원 합격은 수학·과학 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돼요.

 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사고력 수학에 대해 많이 물어봐요. 사고력 수학은 수학의 원리나 개념을 토론과 놀이, 실험을 통해 자발적으로 발견하는 거예요. 서술형 문제와 창의사고 문제가 확대되면서 더 필요해진 공부방법이죠. 수학·과학 교과서에서 탐구하고 싶은 연구주제를 찾아 나름대로 결론을 도출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특목고 입시에 유리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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