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서 대포폰 받은 공직윤리관실 직원, 하드디스크 지우려 세운상가 돌아다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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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른바 ‘대포폰(명의를 도용한 휴대전화)’ 논란과 관련해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삭제하기 위해 서울 세운상가 등지의 컴퓨터 전문업체를 수일간 찾아다녔다는 주장이 새로 제기됐다.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를 일으켰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로부터 대포폰을 지급받아 사용했으며, 삭제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사찰 기록이 담겨 있었을 것이라고 민주당은 주장해 왔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장모 주무관 등이 (하드디스크를 삭제하기) 이틀 전인 지난 7월 5일 세운상가 내 4~5개 업체를 찾아다녔지만 이들 업체가 과거에 하드디스크를 지워줬다가 검찰·경찰에 소환되고 영업정지를 당한 경험이 있어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장 주무관이 총리실에서 왔다고 했는데도 거절당했으며, 장 주무관 등은 대신 수원의 프리랜서를 소개받아 7월 7일 하드디스크를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5일 “문제의 (대포폰) 전화기는 7월 6일께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모 행정관이 KT 대리점에 부탁해 개설했으며, 장 주무관은 이 전화기를 빌려 7월 7일 하루만 사용하고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었다. 검찰은 최 행정관이 그로부터 한 달 뒤인 8월 이 전화기를 해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왕에 대포폰을 빌려주는 거라면 이 모든 과정에서 대포폰이 필요했을 텐데 (7월 7일) 하루만 빌려줬다는 검찰의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컴퓨터 기록을 지우러 가는 장 주무관에게 대포폰을 빌려준 것이나, 해지한 것 모두 증거 인멸 행위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또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회식할 때 이영호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금일봉을 보냈고, 참석하지 못할 때는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 청와대에서 온 메시지라며 이 비서관의 격려성 멘트를 낭독해주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 뒤 “이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이 전 비서관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 미국에 가 있다가 지난달 27일 귀국했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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