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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석의 Wine&] ‘와인 떨이’ 때 레이블에 얼룩 있는 건 ‘NO’ … 빈티지도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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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요즘 백화점이나 와인전문점마다 ‘와인떨이’가 한창이다. 유통점마다 레이블(상표)이 불량한 와인(사진)을 헐값에 판매하거나 명품 와인을 한정 수량으로 선보이고 있다. 11월에 할인행사가 많은 것은 수입업체들이 연말을 대비해 창고 와인을 대폭 정리하기 때문이다. 와인을 새로 주문하기에 앞서 재고조사를 하는데 이때 흠집이 있는 상품들을 골라내 행사용으로 선보인다. 이맘때 할인 정보를 잘 모으면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선착순 할인 행사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불량 와인들을 골라내는 안목이다. ‘싼 게 비지떡’이란 격언은 와인에도 꼭 들어맞는다. 할인 행사에선 가격이 싼 만큼 ‘맛이 간’ 와인들이 대량 방출되기 때문이다. 이미 따버린 와인은 환불도 쉽지 않다.

 할인 행사에서 상한 와인을 최대한 피하는 방법이 있다. 와인병의 꼭대기 부분, 즉 병목을 감싸고 있는 알루미늄 포일의 캡슐을 잘 살펴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와인은 이 캡슐이 병목과 별도로 잘 돌아간다. 제조사에서 와인병에 캡슐을 씌울 때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한 와인은 이 부분이 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와인은 가능한 한 구입하지 않는 게 좋다.

 와인이 상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열화 현상이다. 열화는 와인을 운반한 컨테이너나 보관한 창고의 온도가 너무 높을 때 와인이 끓는 것을 말한다. 와인이 끓으면 병 속에 있던 와인이 코르크를 타고 병 밖으로 흘러나온다. 이때 와인은 캡슐로 스며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는 끈끈한 접착제 역할을 한다. 즉 캡슐을 고정시킨다. 끓어버린 와인은 공기와 접촉하게 되고, 이는 와인의 산화로 이어진다. 이런 와인들은 식초나 홍차 맛이 난다. 예외도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일부 와인과 이탈리아 키안티 와인, 그리고 스크루캡을 사용한 신대륙 와인들은 애초부터 캡슐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보관성의 측면에선 스크루캡으로 막은 와인들이 코르크 와인보다 뛰어나다.

 열화가 심하면 레이블까지 와인이 타고 흘러내린다. 그래서 레이블이 훼손된 와인보다 레이블에 얼룩이 있는 와인을 더 주의해야 한다. 와인 보관 시 진동이 많거나 습도가 낮아도 공기와 접촉될 수 있다. 코르크는 진동에 약하고, 습도가 낮을 때는 말라버린다. 와인을 보관할 때 코르크가 젖도록 눕혀 놓아야 하는 이유다. 가정에서 와인을 저장할 때도 진동이 심한 구형 냉장고보다 조용한 다용도실이나 옷장이 낫다.

  행사 와인을 고를 때 유념할 또 한 가지는 빈티지(와인의 생산연도)를 꼭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프랑스 와인은 해마다 품질이 들쭉날쭉하다. 세일 기간엔 품질이 안 좋았던 빈티지 와인들이 대량 쏟아져 나오게 마련이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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