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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정체성 조사] 친구·이웃 수 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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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인의 친구나 이웃 수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KGSS에 따르면 한국인은 평균 친구 10.44명, 이웃 5.29명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동창 중에서, 또는 동호회.교회 등에서 가깝게 지내는 사람을 친구로 정의했다.

미국은 친구가 7.91명, 이웃이 3.17명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친구가 미국보다 1.3배, 이웃은 1.7배 많았다. 일본은 친구가 6.67명, 이웃이 3.98명으로 역시 우리보다 적었다.

우리나라 남자의 친구는 12.95명, 여자는 8.22명으로 남자가 더 많았다.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친구가 많았는데 월소득 400만원 이상은 13.65명, 100만원 미만은 6.41명이었다. 돈이 있어야 친구도 사귈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 14일 저녁 서울 서소문의 한 음식점에서 친구들이 정담을 나누고 있다. 한국인의 절반가량은 일주일에 두세 번 친구를 만날 정도로 부모보다 친구와 훨씬 자주 접촉한다.임현동 기자

이웃 수는 60대, 70대가 각각 6.5명, 6.35명인 반면 30대는 5.79명, 20대는 2.96명이었다.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의 이웃은 3.35명, 중졸 이하는 5.9명이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이웃이 많았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동사무소 등 공식기관보다 친구나 부모 등 비공식 경로를 통해 일자리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가족.친척 등 '연줄'을 통해 구직 정보를 획득하는 비율은 53%로 공식 경로(11.1%)보다 훨씬 높았다. 2001년 ISSP 조사와 비교해 연줄을 이용하는 비율은 29개국 중에서 8위를 차지했다. 브라질이 1위를 차지했고 필리핀.칠레.이탈리아.스페인.헝가리 등이 우리보다 높았다. 한국에서 물질적.정서적 지원을 받을 때 공식기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돈을 빌릴 때 금융기관 등에 요청하는 비율이 28개국 평균은 25.3%인 반면 한국은 13.7%였다.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고민 있을 때 가족보다 친구 … 돈 얘긴 안해"

서울 강남의 회사원 최모(45) 부장. 자신을 중산층이라 생각한다. 그의 부모님은 고향인 전남 순천에 살고 있다. 1년에 설.추석.여름휴가 때 부모님을 만난다. 파주.순천 등지에 사는 두 명의 동생과 누나는 명절 때만 본다.

부모님에게 잘 안 가는 대신 용돈을 보내고 월 두세 번 정도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최 부장이 주로 만나는 사람은 친구다. 그의 절친한 친구는 10명이다. 초등학교와 순천고 동창들이다.

서울에 사는 친구 세 명과는 매주 한 번 만난다. 주말에 같이 등산이나 낚시를 가거나 주중에 간단하게 저녁을 먹는다. 인천.경기에 사는 두 명의 친구와는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순천에 사는 친구 5명과 만나기 위해 최 부장이 내려가기도 하고 그들이 상경하기도 한다. 두 달에 한 번꼴로 만난다. 평소에는 친구들과 더 가까이 지내지만 돈이 필요할 때는 가족을 찾는다. 2년 전에 아파트를 장만할 때 돈이 모자라 누나에게 150만원을 빌렸다. 누나는 그 돈을 받지도 않으려 한다.

최 부장은 "아무리 친해도 친구에게 돈 얘기는 꺼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회사나 가정의 고민이 생길 때 부모나 형제보다는 친구를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상의한다. 심지어 아내보다 친구에게 털어놓기가 더 편하다고 한다. 그는 "친구와 아내에게 할 말이 따로 있지 않으냐"고 말한다.

서울 서소문 인근에 근무하는 박모(36) 과장은 1989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경남 창원에 사는 부모의 슬하를 떠났다. 박 과장 역시 최 부장처럼 부모나 형제들과 자주 만나지 못한다. 친구를 훨씬 자주 만난다.

아버지가 엄격한 편이라 가끔 고향을 찾을 때 대화를 그리 많이 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부모님과 같이 살던 고교 시절에 비해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느낌이 드는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가족의 유대 관계에 금이 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모의 생일 등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는 거의 빠짐없이 참석한다. 부모님에게는 한 달에 서너 번 전화로, 형제들에게는 e-메일로 안부를 전한다. 분당과 방화동에 사는 두 명의 형님과 두 달마다 만난다. 박 과장은 "부모나 형제, 아내와 아들 등 가족은 아직도 나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KGSS 참여 학자 아이오와대 김재온 석좌교수, 서울대 박찬욱.은기수 교수, 성균관대 석현호.김상욱 교수, 국민대 이명진 교수, 한림대 이재혁 교수,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연구원, 성대 동아시아학술원 서베이리서치센터 정기선.구혜란.문용갑.최현.최문경 전임연구원

◆중앙일보 취재팀 전영기.이세정.이규연.신성식 차장, 신창운 전문기자, 배영대.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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