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아시아순방] 북핵·반분열법…'외교 방정식'시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15일부터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그러나 다른 어느 지역보다 난제가 많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번 순방의 최대 과제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와 중국의 반국가분열법 제정에 따른 대만과의 긴장 해소 등 두 가지다. 둘 다 고난도다. 중국.파키스탄 등에 대해 인권.민주주의 신장을 촉구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에 고분고분하는 나라가 아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파키스탄을 자극해 좋을 것이 없다. 이 때문에 라이스의 유럽 방문과 달리 아시아 순방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번 아시아 순방이 라이스의 진짜 외교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방문국별 주요 현안을 정리한다.

부시 방문 문제 논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가장 공을 많이 들여놓은 나라다. 덕분에 고질이었던 인도.파키스탄 갈등이 상당히 좋아진 상황이다. 라이스 입장에선 쉬운 곳을 먼저 찾는 셈이다. 인도가 요구해 온 F-16 전투기 판매를 허용해 줄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기업의 인도 투자 확대와 부시 대통령의 인도 방문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시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해 달라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초청을 수락한 바 있다.

양귀비 규제 촉구할 듯

만연한 양귀비 재배와 밀수출의 규제 방안 마련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현안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적인 양귀비 산지다. 지역을 장악한 군벌들이 외화벌이를 위해 양귀비 재배와 수출을 방치하거나 조장하고 있다. 미국이 전쟁을 거쳐 만들어낸 현 카르자이 정부가 이전에 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

무샤라프 군 예편 요구

'자유의 확산'이란 외교정책에 따라 파키스탄의 민주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특히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지난해 군 최고사령관직을 내놓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라"고 요구할 전망이다. 그러나 요구 수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테러.핵확산과의 전쟁에서 무샤라프의 협조는 절대적이다. 무샤라프 덕분에 '파키스탄 핵의 아버지'로 불리는 칸 박사로부터 핵물질.기술 암거래 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쇠고기 수입 금지 해제

외교 정책과 관련해선 사실상 이견이 없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의가 있을 예정이다. 미국이 일본에 요청할 현안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해제다. 일본은 지난해 초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된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해 왔다. 이전까지 일본은 미국의 최대 쇠고기 수출 시장이었다. 일본은 해제를 거부하고 있다.

6자회담 재개 협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방안을 협의하는 것이 최대 현안이다. 중국에 앞서 일본과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도 한.미.일 3국의 의견을 모아 마지막 순방국인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개 압박도 주요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큰 쇠고기 시장이다. 이 밖에 주한미군 및 한.미동맹 재조정도 논의될 예정이다.

인권 문제 충돌 불보듯

난제 중의 난제가 중국이다. 두 가지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가능케 한 반국가분열법 제정과 중국 내 인권 문제에 대해서다. 미국은 '자유의 확산'을 핵심 외교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 두 가지 모두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반감을 표시해 왔다.

워싱턴=강찬호, 런던=오병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