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금감위의 역차별 해소 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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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산업자본의 유망기업 인수.합병(M&A) 필요성을 정부 내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금융감독위원회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윤증현 위원장의 기본 구상은 국내 산업자본도 외국자본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있는 한 산업자본은 자본의 집중 방지라는 명분에 따라 아무리 유망한 (기업) 매물이 나와도 인수에 참여하지 못한다. 자산의 25% 이상은 다른 기업에 출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역차별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활성화를 명시했다. 하지만 PEF 역시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산업자본이 일정 지분 이상을 PEF에 투자할 경우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규제를 받도록 돼 있는데다 금융업은 4% 이상 투자가 금지된다. 그 결과 최근 모집중인 PEF의 규모는 모두 1조원에 크게 못미친다. 여유자금이 많은 산업자본의 참여가 사실상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LG카드 등 일부 유망기업은 인수대금이 4조~5조원에 이른다. 결국 매수자는 외국자본 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금감위는 산업자본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망기업을 매수할 경우에는 출자총액제한제도에 예외를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외국자본에만 허용해온 유망기업의 매각 경쟁에 국내기업도 참여시켜 역차별을 시정하자는 것이다. 윤위원장은 "(외국자본의) 상업적 위주 경영으로 공적 역할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고 지나친 단기 수익 추구의 소지가 있다"고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실제 제일은행을 비롯해 외환은행과 한미은행을 인수한 외국의 단기자본은 불과 5년을 전후해 두배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산업자본에 대한 역차별을 시정하지 않으면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유망기업들도 외국자본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국내 산업자본에 대한 역차별만 철폐하면 유망기업의 상당수는 국내 기업들이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금감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와 집중 협의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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