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칭기즈칸 재평가 열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몽골에서 칭기즈칸을 '위대한 영웅'으로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10일 보도했다.

칭기즈칸을 자랑스러워하는 몽골인이 늘면서 그의 이름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 이름을 '칭기즈칸'이라고 짓고 있다. 칭기즈칸 거리와 호텔. 은행도 생겨났다. 칭기즈칸 보드카.담배.사탕도 있다. 지폐와 우표는 물론 거리 구석구석에도 칭기즈칸 얼굴이 스프레이로 그려져 있다.

역사학자인 바트 바야르는 "과거 공산주의자들은 몽골인에게 칭기즈칸이 약탈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만 심어줬다"며 "몽골인들이 이제야 자부심을 갖고 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거 소련의 영향을 받던 1990년대 초만 해도 몽골에서는 칭기즈칸의 이름을 입에 올릴 수 없었다. 칭기즈칸의 고향 방문도 금지됐다.

서구를 비롯, 중국.인도.이란 등의 사학자들은 "칭기즈칸의 침략 행위로 아시아 전역에서 최소 3000만 명이 살해당했다. 이는 문명의 종말을 가져온 사건이었다"고 칭기즈칸을 깎아내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이나 일본이 칭기즈칸 무덤 발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울란바토르의 칭기즈칸대학 관계자들은 "칭기즈칸이 말기에는 몽골 제국을 '대 야사'(Great Yassa)라는 법률에 의해 지배되는 문명국으로 만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몽골의 한 학자는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칭기즈칸이 몽골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