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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구 어머니합창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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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음색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합창의 매력이다. 분당구 어머니합창단은 이러한 즐거움에 흠뻑 빠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음악의 순수함과 기쁨을 봉사나 공연, 대회 참가 등을 통해 다시 한번 나누고 싶다는 이들을 만났다.

내가 아닌 ‘우리’가 되는 곳

지난달 26일 오전 11시 분당 새벽월드교회 3층. 계단을 올라가면서부터 맑고 고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분당구 어머니합창단 단원들의 목소리다. 2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슈베르트 국제 합창대회 참가를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합창대회 연습은 이 날로 두번째다. 이제 막 배운 노래라 화음을 맞추기 어려울 법하지만 감미로운 화음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분당구 어머니합창단은 1995년 시작된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이다. 당시 오디션을 거쳐 50명의 단원으로 출발했다. 그 중 5명은 지금까지도 함께 하고 있다. 창단 멤버로 합창단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김숙희(55·정자동)씨는 “성악을 전공하거나 배우지 않았어도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였다”고 전했다.

현재는 30대부터 50대까지 38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나이, 성격, 취미는 서로 다르지만 노래에 대한 마음만은 하나다. 연습 시간은 매주 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다. 대회나 공연을 앞두면 연습 시간이 늘어나고, 개인 연습도 필요하다.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셈. 그러나 대부분 금새 합창 중독이 되고 만다고 한다. 김영희(52·이매동) 단장은 “더불어 함께 하는 마음을 배워 가는 것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합창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밝혔다. 이웃의 권유로 시작해 5년째 활동한다는 이동희(44·정자동)씨는 “합창을 통해 아이들과 공동의 화제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노래 연습을 하면서 자연스레 아이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처음에는 엄마의 노래연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아이들이 지금은 엄마가 공연이나 대회 준비를 할 때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다고 한다.

대회·봉사·공연으로 음악의 기쁨 나눠

분당구 어머니합창단 단원들은 무대에서만은 ‘프로’라고 자부한다. 화려한 수상경력은 이러한 자부심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올해만도 8월 태백전국대회에서 금상, KBS ‘남자의 자격’으로 유명해진 9월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는 장려상을 받았다. 국제대회에서도 한국대표로 당당히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2년 부산세계합창올림픽 금메달, 2004년 독일 브레멘 합창올림픽 은메달, 2008년에는 오스트리아 그라체 합창올림픽에서 금상을 각각 수상했다. 김 단장은 “대회 참가는 음악을 배우는 데 가장 좋은 기회”라며 “11월 슈베르트 국제합창대회도 세계적인 합창팀의 노래를 많이 듣고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참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회 수상은 단원들이 더 단결하고 자긍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봉사활동과 공연도 꾸준하다. 올해는 분당 보봐스병원 기념연주회, 예가원 행사, 8·15 광복절 경축식 기념음악회 등에서 공연을 했다. 이 외에도 지역 내 양로원, 보육원 등에서 크고 작은 공연을 한다. 이지영(41·이매동)씨는 “사람들에게 우리 노래를 들려줌으로써 얻는 기쁨이 크다”며 “나눔의 즐거움을 깨닫고 지금은 직접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2009년 8·15 때의 서현역 거리무료 공연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며 뿌듯함마저 느꼈다. 결혼식 축가는 분당구 어머니합창단만의 대표적인 봉사활동이다. 3년 전부터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주고 있다. 지금까지 15쌍 정도의 결혼식에서 노래를 불러줬다. 특히 지난해 수원교도소 재소자 합동결혼식 축가는 단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꼽는다. 김 단장은 “작은 일이지만 따뜻함을 전해주려고 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결혼식에서 뜻 깊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밝혔다. 축가 신청은 분당구청 주민생활지원과로 하면 된다. 다음달 22일에는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정기연주회는 청중들이 쉽게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려주려 한다. 2년 만에 열리는 이번 연주회는 군인 100여 명을 초청해 더욱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이 합창단은 분당구에 거주하는 주부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문의=분당구청 주민생활지원과 031-729-7272

[사진설명] 분당구 어머니합창단 단원들이 2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슈베르트 국제합창대회 참가를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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