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말하는 대일외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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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생활이 내게 맞을까?” 이런 물음을 안고 김장환(서울 경신중 3)군과 김효빈(서울 중평중 3)·송수정(서울 고대부속중 3)양이 지난달 26일 대일외고를 찾았다. 다음달 외고 입시 지원을 앞두고 적성과 진로에 맞는 학교를 고르기 위해서다. 대일외고 중국어과 1학년인 이성현군과 송혜인양이 학교생활과 교육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점수경쟁보다 스스로 공부하는 태도 익혀야

수정: 우등생들만 모여있어 내신을 관리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혜인: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표는 충격이었어. 중학교 때는 전교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거든. 솔직히 외고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아. 내신 3, 4 등급을 받으면 친구들끼리 서로 “잘했다”고 칭찬해줄 정도야. 성적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아. 그러나 다들 열심히 하니까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것 같아. 수업시간에 집중도 더 잘하고.

성현: 난 중학생 때 오로지 1등과 1점에만 집착했어. 그런데 외고에 와서 첫 성적표를 받곤 해탈했다고나 할까. 더 이상 연연하지 않아. 내 공부 방식을 찾게 됐지. 나만의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겠다고 다짐해. 이게 바로 자기주도학습이지.

수정: 내신성적은 어떻게 관리해요. 학원을 다니나요.

성현: 입학하기 전엔 많이 다녔지. 대일외고 학생들은 대부분 학원을 다니지 않아. 학교수업만 잘 따라가도 충분하거든. 오후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데 이때 방과후수업을 듣거나 부족한 공부를 해. 내신대비 공부도 이 때 집중해서 하지.

혜인: 선생님이 알기 쉽게 가르쳐 주는데다 수업과 야간자율학습 때 예습·복습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학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선생님께 모르는 내용을 묻는 학생들로 교무실은 언제나 만원이야.

전공외국어를 진로 개척의 도구로 써야

효빈: 전형에 지원할 때 전공 외국어를 잘해야 하나요.

혜인: 아니야. 나도, 성현이도 입학할 때 중국어를 전혀 못했어. 입학한 뒤 최근까지 한자 1800자와 한자성어 650개를 익혔어. 주말에 한자능력시험도 치를 계획이거든. 학원이나 과외로 배운 적은 없어. 입학하면 발음부터 차근차근 배우니까 따로 배워오지 않아도 돼. 학교수업만으로 충분해. (장환군과 효빈·수정양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성현군이 추가 설명을 이어갔다.)

성현: 입학 전 겨울에 전공외국어를 미리 배우려고 열을 올리는 예비 고1학생들이 많아. 그보다 영어·수학·과학을 공부하는데 무게를 두라고 조언하고 싶어. 한 학기가 지난 지금 중국어를 배우고 입학한 친구와 안 배운 친구 사이에 중국어 실력 차이는 별로 없어. 오히려 수학·과학 때문에 실력차이가 벌어지게 되지.

장환: 대학에서 경영학과로 진학하고 싶은데, 외고를 다니면 진로가 언어분야로 한정되진 않나요.

성현: 실제 대학의 중문과에 들어가려는 학생은 많지 않아. 전공 외국어에만 진로의 초점을 두지 말고 외국어 능력을 도구로 삼아 다른 분야에서 활용한다고 생각해야 해. 예를 들어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기업인이 될 때 외국어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활동의 폭이 더 넓어지겠지.

성현: 영어 실력은 자연스럽게 늘게 되니 지레 걱정하지 않아도 돼. 교내에 외국어만 쓰는 구역이 있어 친구들과 영어로 이야기 할 기회가 많아. 영어토론대회, 영어연극대회 등 교내 행사도 많아 영어를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이야.

예체능 특기교육과 동아리가 학습동기 북돋아줘

효빈: 1인 1특기(예체능)를 익혀야 하는 교내 제도가 공부에 부담되진 않나요.

혜인: 부담이 없는 편이야. 대일외고 1학년생은 모두 색소폰을 배우는데 악기는 학교에서 지원해줘. 체육은 두 반을 남·녀로 나눠 수업하는데 3년 동안 배워야 해. 예체능은 ‘매우 잘함, 잘함, 보통’으로 평가해 점수 경쟁에 대한 부담이 적어.

수정: 학교생활이 입학 전 예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성현: 3년 동안 입시공부에만 매달려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었어. 그런데 다채롭고 활발한 동아리 활동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지. 동아리 활동은 대일외고의 자랑이야. 동아리 활동을 통해 공부 열기를 식히고 봉사시간도 챙길 수 있어. 동아리의 선후배 관계가 끈끈해 졸업한 선배들이 찾아와 진로상담을 하기도 해. 난 경제 동아리와 학교홍보 동아리를 하고 있어.

혜인: 난 외고 학생들이 ‘깍쟁이 모범생’인 줄로만 알았어. 공부만 하고 이기적일 줄 알았는데 예체능 끼가 넘치는 친구들이 많아.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 땐 노는 등 맺고 끊음도 분명하고. 모르는 문제는 서로 가르쳐 줄 정도로 서로 도우며 공부하는 분위기야.

혜인: 졸업생들도 자주 모교를 찾아와 후배들에게 공부와 진로에 대해 상담하고 조언해줘. 명사초청 강연회나 진로탐색 프로그램도 많아 진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많지.

[사진설명]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기 위해 1일 멘토로 나선 대일외고 1학년 이성현(왼쪽)군과 송혜인양.

<설승은 기자 lunatic@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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