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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미끼상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0호 02면

요즘 신문을 보면 할인점 광고가 시원하게 펼쳐지곤 합니다. 삼겹살 2㎏이 1만6600원, 감귤 3.5㎏ 한 박스에 8800원….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의 눈과 입을 유혹하지요. 할인점으로 이끄는 일종의 ‘미끼상품’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도 이 행렬에 동참한 걸까요. ‘M20’이란 리스트를 28일 내놨습니다. 물론 이때의 M은 ‘미끼’가 아니라 ‘명품(Masterpiece)’이라죠. 용산 개관 5주년을 맞아 소장품 25만여 점 중 “한국인의 혼과 정신이 담겨 있으며,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독창성이 내재된” 것으로 고르고 추린 20건 26점입니다.

어떤 것들인지 한번 볼까요. 선사시대 것들이 3건에 4점 나온 것을 비롯해 삼국시대 5건 8점, 통일신라 2건 3점, 고려시대 4건 5점, 조선시대가 6건 6점입니다. 우선 빗살무늬토기를 비롯해 간돌검·오리모양토기·기마인물도 벽화가 보이네요. 또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 기마인물형토기(국보 91호), 황남대총 황금유물 일괄(국보 191·192호), 반가사유상(국보 83호), 감산사 미륵보살과 아미타불(국보 81·82호)이 있습니다.

여기에 감은사 동탑 사리갖춤(보물 1359호), 물가풍경무늬정병(국보 92호), 세계 최고 금속활자와 대장경(초조대장경 국보 272호), 청자연꽃넝쿨무늬매병(국보 97호), 경천사 10층석탑(국보 86호), 백자매화대나무무늬 항아리(국보 166호), 백자끈무늬병(보물 1060호), 단원풍속화첩(보물 527호), 끝없이 펼쳐진 강산, 송도기행첩, 동국대지도(보물 1538호)로 이어지네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꼭 봐줘야 하는 ‘찬란한 유산’이겠죠. 그동안 박물관 출입이 뜸하셨다면 한번 들러보세요. 지난주 소개해드린 고려불화전도 참 좋고요, 마침 11월 3일까지는 밤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한다고 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해 있을 때 오셔서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사이에 있는 계단에 서서 탁 트인 공간을 가슴 가득 품어보시길 권합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건물 그림자 하나 거치적거리지 않는 드넓은 가을 하늘을 오롯이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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