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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 기름진 수출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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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정유업체들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을 늘리고 있다. 고유가 추세에 따라 돈 벌이가 될 뿐 아니라, 내수외에 수출도 하는 업종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어서다.


SK㈜.LG칼텍스정유.S-오일.오일뱅크.인천정유 등 정유 5사에 따르면 올해 1~2월 석유 제품 수출액은 약 1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가량 늘었다. 석유 수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었다.

석유 수출은 90년대만 해도 세계에서 10위권 밖이었지만 이제는 6위에 올라 수출 강국으로 자리매김 했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 규모로 세계 4위, 소비는 세계 7위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은 국내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핸드폰.자동차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수출 호조에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유가가 크게 작용했다.원유가 상승보다 석유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르는 추세에 따라 수출을 할수록 이익이 많아져 업체마다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원유 수입의 80%가 넘는 중동유(두바이유 기준)는 요즘 지난해 평균가격(34달러) 보다 30%가 오른 배럴당 45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또 1990년대 중반부터 고부가가치 탈황 시설을 갖춘 것이 주효했다. 가격이 휘발유에 비해 55% 수준인 벙커C유를 탈황 시설을 통해 휘발유.등유.경유 등으로 정제해 수출하고 있다. 그만큼 마진이 커진 셈이다.

대한석유협회 주정빈 부장은 "올해 들어서도 고유가가 지속돼 수출 단가가 높아지면서 정제 마진(이익)도 함께 커져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인도의 경제 성장과 미국의 경기 회복에 힘입어 석유 공급이 달리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유업체의 이익중 60% 이상이 석유 수출에서 나왔다"며 "고유가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정유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사상 최고의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K.S-오일은 지난해 업계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경상이익을 냈고 나머지 업체들도 사상 최고의 이익을 기록했었다. 이에 따라 정유업체들은 올 초 200~500%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소비는 경기침체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석유제품 소비는 고유가와 경기침체에 따라 2003년에 비해 1.3% 감소한 7억5300만배럴로 집계됐다. 올해 1, 2월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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