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재테크 - 9세 부자 이구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주식투자 수익률 3년 새 760%.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나 올릴 법한 수익률을 올린 '재테크 신동'이 있다. 주인공은 아홉 살 이구범(청평초3)군. 여섯 살 때 15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구범이는 지난해 1200만원까지 돈을 불렸다. 지금은 포털 사이트로 유명한 한 정보통신(IT)업체의 주식 50주만 보유 중이다.

석 달 전 주당 9만2000원에 이 회사 주식을 산 구범이는 목표치인 주당 14만원이 될 때까진 절대로 팔지 않을 계획이란다. 현재는 9만원까지 떨어져 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 하지 않을까?"하고 물으니 "우리 나라 경제가 좋아진대요. 오를 거예요"라고 당차게 답한다.

물론 구범이 혼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구범이 아빠는 재테크 전문가 이선무(39)씨. 은행에 다니던 1990년대 말 독학 끝에 주식투자의 '진리'를 깨우친 이씨는 목돈을 만드는 데 성공, 은퇴한 뒤 지금은 재테크 강사로 활동 중이다. '나는 15억 벌어서 35세에 은퇴했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책도 썼다. 이런 아빠를 닮아서인지 구범이는 어려서부터 돈 모으기를 좋아했단다. 용돈을 받으면, 장난감부터 사려는 동생(백범.7)과는 달리 꼬박꼬박 저금을 하기에 바빴다. 다섯 살 때 토끼 한 쌍을 사주자, 고사리 손으로 열 쌍까지 늘려 팔기도 했다. 주식을 산 종잣돈도 이렇게 모은 돈에 자신의 백일.돌 반지를 판 돈을 보탠 것이었다.

주식투자에서 종목선택은 아빠에게 많이 의존한다. 그러나 매도시기만은 구범이가 정해왔다. 이를 위해 구범이는 어린이 경제신문을 읽었다. 이해는 잘 안 돼도 각종 주가 그래프를 구해 들여다보기도 했단다. 제일 처음 주식을 샀던 한국통신데이타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주주총회에도 직접 가봤다. 바지런한 투자자인 셈.

그렇다고 구범이가 '돈독 오른 아이'는 아니다. 유치원 때 이미 동생에게 흔쾌히 자전거를 사줬을 정도로 '쓸 때는 쓰는' 아이다. 구범이의 돈에 대한 생각은 지난해 발간한 '난 행복한 부자가 될래요'라는 책에 잘 담겨 있다. 부자라서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데 필요한 만큼의 재산을 재테크로 만들겠다는 게 주요 내용. 이런 구범이의 당면 목표는 혼자 힘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다.

"돈 열심히 모아서 6학년 때 동생 데리고 미국에 가볼 거예요. 왜 부자 나라가 됐는지 알고 싶어요."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