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 ‘당론’ 아닌 ‘민심’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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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시종(사진) 충북도지사가 4대 강 사업 추진으로 정책을 선회한 배경에는 지역 주민들이 있다. 주민 대다수가 사업 찬성 의견을 보였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행정에 반영하는 게 지방자치의 기본 원칙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4대 강 사업을 당론이나 정치적 논리가 아닌 지역 현안을 다루는 객관적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명확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민주당 소속인 그는 지난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4대 강 사업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환경 파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선거공약으로 ‘4대 강 사업 재검토’를 첫 번째로 내걸었다. 취임 직후 발표한 102개 공약사업에도 ‘충북도 내 4대 강 사업의 재검토’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도지사에 취임한 후 현장 파악을 하는 과정에서 사업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환경단체는 결사반대였지만 시·군 지역 주민들은 찬성 쪽이 많았다. 이에 따라 7월 9일 학계·도의회·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4대강 공동검증위원회를 통해 검증작업을 벌였다.

 검증위 출범 당시 이 지사는 “4대 강 사업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충북은 본류가 아닌 지류인 만큼 검증을 거쳐 결정하겠다”며 “(검증위) 의견을 수용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 검증위가 4개월여간 현장검증과 토론을 벌이는 동안에도 “입장 변화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15일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갈등의 소지를 차단한 것이다.

 이 지사는 최종 결정 과정에서 12개 시장·군수의 의견을 들었다. 27일 오후 도청에서 열린 시장·군수 회의에서 검증위의 결과를 설명하고 4대 강 사업 추진 여부를 물었다. 도지사가 단독으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시장·군수의 의견을 듣고 합의점을 도출한 것이다. 시장·군수들은 “친환경적이고 도민에 도움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4대 강 사업이 추진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 소속의 청주시장과 충주시장, 청원군수도 사업 추진에 공감했다. 시·군이 사업에 찬성하는 데도 도지사가 반대해 갈등을 겪고 있는 경남·충남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지사는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도내 대부분의 4대 강 사업을 수정 과정을 거쳐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며 “환경단체 의견을 존중하고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정부계획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 등의 반대가 있지만 도민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4대 강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시장·군수와 합의를 거쳤다”는 말을 세 차례나 할 정도로 폭넓게 의견을 수렴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지사는 최대 쟁점이었던 금강10공구 미호2지구의 작천보 개량공사와 관련해 “청주시장, 청원군수의 찬성 의견과 검증위의 권고안을 존중해 현재 수위(2.65m)에 맞춰 보를 설치할 것”이라며 찬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자전거 도로를 기존 15.6㎞에서 7.6㎞로 줄이고 친수공간(공원 등 휴식장소)은 24만4000㎡에서 11만7000㎡로 축소하는 등 환경단체의 주장을 반영했다. 백곡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도 “미호종개 서식지 보호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되 용역을 진행해 전문가가 인정한 수준의 완벽한 대책을 수립하고 타당성 등을 검토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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