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여사는 그 자신이 외교관이기도 하다. 주한 중국대사관 정무 담당의 일등 서기관이다. 동시에 대사 부인 자격으로 대외 활동에 참여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는 "대사 부인 겸 외교관으로 일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며 "초대 대사(張庭延)와 2대 대사(武大偉) 부부도 모두 외교관이었다"고 말했다. 리 대사는 3대 대사다.
그는 "봉건의식 때문에 낮았던 여성의 지위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크게 높아졌다"며 "여성의 위치가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자리매김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 중인 중국 내 소수민족 대표들이 8일 대회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천 여사는 중국 여성의 활발한 사회 활동을 수치로도 소개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의 20%, 정협(政協) 위원의 15%가 여성이며 국가의 핵심 지도급 인사로도 7명이 있습니다. 정부 28개 부처에는 여성 장관이 한 명, 여성 차관이 10여 명 있어요. 여성 시장.부시장은 500여 명에 이르러 전국 여성시장협회라는 조직도 있지요."
그는 "중국 내 취업 인구는 7억3000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이 중 3억3700만 명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천 여사는 "95년부터 97년까지 서울에서 2년 동안 체류해 이번이 두 번째 서울 생활"이라며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높아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여성 장관.의원.법관 등의 수적 증가와 호주제 폐지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중국의 경우엔 "이미 오래전부터 남녀 모두 법률적으로 호주가 될 수 있고 자식은 부모의 성을 선택해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 여사는 86년 결혼했다. 86년부터 91년까지 평양에서 5년을 지내는 등 한반도에서 생활한 햇수가 10년을 넘었다. "한국어를 잘하지 못한다"고 겸손해 하지만 TV 드라마를 즐겨 볼 정도로 수준급이다. 요즘은 DVD로 드라마 '가을동화'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해신''쾌걸춘향' 등도 그가 좋아하는 드라마다. 주말에는 남편과 산책하거나 그가 "너무 맛있다"고 말하는 비빔밥과 나물을 먹으러 가기도 한다.
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