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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라운지] "중국 외교관 3000명 중 1000명이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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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베이징 중국 외교부 내 외교관 3000여 명 가운데 1000여 명이 여성입니다. 여성 대사도 12명이나 됩니다."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의 부인 천이빙(陳一.사진) 여사는 중국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을 이렇게 요약했다.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지난 7일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다. 한국 언론과의 첫 회견이다. 천 여사는 2001년 리 대사와 함께 한국에 왔다.

천 여사는 그 자신이 외교관이기도 하다. 주한 중국대사관 정무 담당의 일등 서기관이다. 동시에 대사 부인 자격으로 대외 활동에 참여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그는 "대사 부인 겸 외교관으로 일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며 "초대 대사(張庭延)와 2대 대사(武大偉) 부부도 모두 외교관이었다"고 말했다. 리 대사는 3대 대사다.

그는 "봉건의식 때문에 낮았던 여성의 지위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크게 높아졌다"며 "여성의 위치가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자리매김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 중인 중국 내 소수민족 대표들이 8일 대회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천 여사는 중국 여성의 활발한 사회 활동을 수치로도 소개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의 20%, 정협(政協) 위원의 15%가 여성이며 국가의 핵심 지도급 인사로도 7명이 있습니다. 정부 28개 부처에는 여성 장관이 한 명, 여성 차관이 10여 명 있어요. 여성 시장.부시장은 500여 명에 이르러 전국 여성시장협회라는 조직도 있지요."

그는 "중국 내 취업 인구는 7억3000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이 중 3억3700만 명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천 여사는 "95년부터 97년까지 서울에서 2년 동안 체류해 이번이 두 번째 서울 생활"이라며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높아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여성 장관.의원.법관 등의 수적 증가와 호주제 폐지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중국의 경우엔 "이미 오래전부터 남녀 모두 법률적으로 호주가 될 수 있고 자식은 부모의 성을 선택해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 여사는 86년 결혼했다. 86년부터 91년까지 평양에서 5년을 지내는 등 한반도에서 생활한 햇수가 10년을 넘었다. "한국어를 잘하지 못한다"고 겸손해 하지만 TV 드라마를 즐겨 볼 정도로 수준급이다. 요즘은 DVD로 드라마 '가을동화'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해신''쾌걸춘향' 등도 그가 좋아하는 드라마다. 주말에는 남편과 산책하거나 그가 "너무 맛있다"고 말하는 비빔밥과 나물을 먹으러 가기도 한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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