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같은 결함 2명 이상 신고해야 ‘조사’ 들어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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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일러스트=강일구]

최근 최고급 수입차인 롤스로이스·메르세데스-벤츠·BMW의 잇따른 리콜 조치로 운전자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내 차에 원인 모를 이상이 생겼다면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기관에 신고해야 할까.

 자신이 몰고 있는 자동차가 제작 결함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우선 자동차결함신고센터 홈페이지(www.car.go.kr)에 들어가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가 운영하고 있는 이 사이트는 자동차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자동차 제작 결함을 신고받고 있다. 자동차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할 경우 자동차성능연구소는 제작결함시정(리콜)을 위해 예비조사에 들어간다.

 자동차성능연구소 신재승 부장은 “운전자의 인터넷 신고로부터 시작해 실제 리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제작사들도 자발적 리콜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 홈페이지에 신고된 리콜 의심 건수는 2002년 11월부터 올 9월까지 9775건에 달한다. 올해 누적건수도 9월까지 1371건이다. 연간 최대 신고치인 2005년 1533건을 넘을 전망이다. <표 참조>

 이처럼 리콜 신고 건수가 늘고 있지만 신고가 잘못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에어컨·오디오처럼 승객 편의장치에 대한 품질 불량이나 주기적인 점검과 유지·교체를 해줘야 하는 소모성 부품의 마모는 제작 결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체의 도색 불량과 녹 발생, 주행 시 소음처럼 자동차 안전과 직접 연관이 없는 불만은 접수하지 않는다.

 안전은 리콜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리콜과 자동차사의 무상 점검·정비서비스도 구분해야 한다. 리콜은 제작 결함으로 안전 운행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에만 실시한다. 차체 일부의 단순한 떨림 현상이나 불편·불만 사항에 대해 제작사는 리콜이 아닌 무상 점검·정비 서비스를 취한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신형 현대 쏘나타(YF)의 경우 올 2월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문제가 생겨 지난해 12월 6일 이전 생산분을 리콜했다. 제작 결함으로 인해 안전 운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리콜과 별도로 신형 쏘나타에 대해 국내에서 이달까지 네 차례에 걸쳐 무상 점검·정비 서비스를 취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변속기에 기름이 맺히는 현상처럼 안전 운행과는 직접 연관이 없는 소비자 불편사항에 대해 무상 점검·정비 서비스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고인이 자주 오해하는 대목은 제작 결함이 확실하다고 여겨 신고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콜 절차상 ‘동일’ 결함에 대해 ‘복수’의 신고가 접수되지 않으면 리콜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조향(방향 조정)장치 문제로 미국 현지 생산분에 대해 리콜에 들어간 현대 쏘나타의 경우 운전자 ‘2명’이 미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결함을 신고하자 NHTSA가 조사에 들어갔다.

 운전자의 관심 중 하나는 신고에서 리콜 조치가 실제로 취해지기까지의 ‘기간’이다. 그런데 자동차 결함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올 초 도요타 렉서스에 대한 리콜의 경우 5년 가까이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한편 이달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교통안전공단이 제출한 ‘자동차 리콜 현황’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0년 상반기까지 국내에서 리콜 대상에 오른 자동차는 153만9877대였다. 이 중 80% 정도인 122만3460대가 리콜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사별로는 기아차가 62만7069대로 가장 많았다. GM대우 34만6411대, 현대차 24만2610대, 르노삼성 19만423대, 쌍용차 2만8633대였다. 수입차는 도요타가 2만1528대로 가장 많았다. 혼다 8827대, 벤츠 6518대, 아우디·폴크스바겐 5145대 순이었다. 최근 5년간 리콜이 가장 많았던 자동차 브랜드는 국내차의 경우 기아 카니발(36만5795대), 수입차는 도요타 렉서스(1만1232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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