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풀무원 두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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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1981년 서울 압구정동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파는 채소가게로 출발한 ‘풀무원’. 84년 당시 남승우 사장(현 총괄사장)은 뚜껑도 없이 판에 놓고 파는 ‘판두부’를 보며 ‘좀 더 위생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두부에도 브랜드가 있다면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두부는 서민들이 즐겨 찾고, 영세업자들이 주로 만드는 식품이어서 대기업에서 손대기 어려운 분위기가 강했다. 풀무원 같은 작은 기업이 도전해볼 만한 식품이었다.

 안전과 위생이 관건이었다. 미생물 번식을 막아야 했다. 두부를 봉지에 담고 물을 넣은 상태에서 봉지째 끓이면 살균을 할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이렇게 해서 국내 최초의 브랜드 포장두부 ‘풀무원 두부’가 84년에 나왔다. 유통기한은 기존 판두부처럼 하루였다. 출시 1년 뒤 살균한 두부를 급랭시키면 미생물을 더 죽일 수 있다는 걸 알아내 유통기한을 사흘로 늘렸다. 80년대 후반 냉장유통체계를 갖추고 비닐포장을 플라스틱으로 바꾸면서 유통기한도 열흘 이상으로 늘어났다.

 처음 출시됐을 땐 일반 두부보다 세 배나 비싼 풀무원 두부를 소비자들이 선뜻 사지 않았다. 그래서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부유층에 판매를 집중했고, 여기서 난 입소문을 토대로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썼다. 처음엔 누군가 고의로 봉지에 바늘로 구멍을 뚫어 물을 빼버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89년 국내 최초로 용도별로 다른 두부를 내놨다. 조사 결과 두부 부침으로는 수분이 적고 단단한 것이 더 맛있고, 찌개용은 국물 맛이 잘 배어나도록 수분을 늘렸다. 밀도와 수분 함량에 차이를 두니 용도별로 특색 있는 두부를 개발할 수 있었다. ‘발아콩두부’, 비지까지 남김없이 넣은 ‘통째로콩한모’, 떠먹는 스타일의 ‘소이데이’ 등 두부 종류도 다양해졌다.

 지난해엔 해양심층수로 만든 천연 응고제를 써서 풀무원 두부 전 제품에 ‘무소포제, 무유화제, 무화학응고제’를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하루 생산량은 50만 모. 시장점유율 50%로 1위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팔린 양은 대략 20억 모로 추산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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