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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개인정보 누설 엄벌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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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경제난으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한 가운데 소위 심부름센터의 불법 행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폭력배들을 동원해 돈을 빼앗는 불법 추심행위나 불륜 추적 같은 사생활 침해 등은 물론 청부 폭행 및 살인.납치 등의 중범죄까지 자행한다고 하니 당국의 철저한 대응과 예방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들 심부름센터 업주나 직원에게 개인정보를 누설하는 공무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개인정보가 갖는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 노출로 인해 재산상의 손실, 인격권을 침해당하는 경우를 숱하게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개인정보 노출로 인해 생명까지 좌우될 수 있다는 데는 아직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살인청부를 받은 심부름센터가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개인정보를 찾는다고 가정해 보자. 개인정보는 곧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다.

종종 보도되기도 하지만 구청 공무원이 돈을 받고 차량등록원부를 빼주는 등 국민의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현행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항은 '개인정보를 누설 또는 권한 없이 처리하거나 타인의 이용에 제공하는 등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학생정보를 본인의 동의나 법률적 근거 없이 외부에 유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교육기본법 등이 최근 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행 법률상의 형량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든다. 개인정보 누설로 피해자가 보게 될 잠재적 위험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그러한 의문은 더욱 커진다. 형량을 늘린다고 범죄가 근절되는 것은 아니나, 개인정보 누설에 대해 보다 엄중한 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동시에 개인정보 누설 행위를 신고할 경우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제도 도입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한민호 문화관광부 서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