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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화색이 도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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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카드사들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연체율이 떨어지고 실적이 좋아지는 데다 발등의 불이었던 자본금 확충 문제가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부실 회오리에 휘청댄 지 3년 만에 찾아온 이 같은 변화에 카드사들의 영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부실 줄고 매출 늘어=카드사 부실의 주된 요인이었던 연체율이 2년 만에 한 자릿수로 낮아졌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씨.삼성.LG 등 6개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9%로 나타났다. 2002년 12월(5.8%) 이후 최저치다. 금감원은 "부실이 우려되는 연체 채권을 미리 털어내고 연체금 회수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B.우리.외환 등 은행계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최근 1년간 크게 낮아졌다.

매출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17개 카드사의 신용판매액은 지난해 여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4분기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8.5% 늘어난 3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LG카드 이석엽 이사는 "1분기는 지나야 실적 호전이 계속될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단 바닥은 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본금 확충도 순조롭다. LG카드가 최근 증자를 끝낸 데 이어 삼성카드가 주요 주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현대카드도 상반기에 미국 GE소비자금융과의 협상을 완료해 외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카드사들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카드사들은 올 들어 새 상품을 활발하게 내놓고 있다. 특히 고객의 소득.소비 성향 등을 면밀히 분석해 서비스 대상을 세분화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 '길거리 회원 모집'과 '퍼주기식 마케팅'으로 부실을 키운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비씨카드는 5개월간 회원 데이터를 집중 분석해 지난달 '초이스 카드'를 내놓았다. 이 회사 고객관리(CRM)팀 박현철 과장은 "고객들이 부가 서비스로 주유.쇼핑.모바일.오락 등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와 이 분야 서비스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지리정보시스템까지 도입해 '가락시장 1㎞ 이내 회원'이나 '관악구 A빌라 회원' 등으로 고객을 구분, 카드 소비 성향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LG카드는 회원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을 거쳐 최근 '리볼빙' 서비스를 선보였다.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리볼빙 제도는 주머니 사정에 맞게 사용금액을 조금씩 갚는 것으로, LG카드는 자체적인 신용평가를 통해 우량 고객들에게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카드는 연회비가 100만원으로 9999명에게만 발급하는 '더 블랙' 카드를 지난 1월 말에 내놓으면서 우량고객 선점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에도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궤도에 올라야만 카드사 회생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신금융협회 이보우 박사는 "일부 대형 카드사가 아직 정리하지 못한 부실채권을 안고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의 본격 회생 여부는 연말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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