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치졸한 빅딜설 공방 중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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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야 지도부 간에 행정도시특별법 통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른바 '빅딜설'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고 그처럼 수준 낮은 설전을 벌이는지 자괴감마저 든다. 행정도시특별법의 국회 통과라는 본질문제를 비켜가기 위한 얄팍한 계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빅딜설의 진앙지는 열린우리당이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의 과거사법 처리를 4월로 미룬 배경을 설명하면서 "행정도시법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 과거사법을 연기해주는 게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 수락했다"고 말한 것이다. 그의 발언은 때마침 민노당의 한 의원이 "개혁입법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밀약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과 맞물리며 증폭됐다.

가뜩이나 행정도시특별법 통과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던 한나라당 일부 의원에게는 빅딜설이 지도부를 향한 공격의 핵심소재로 활용됐고, 이에 당황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열린우리당 정 대표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측도 한나라당 지도부를 향해 법적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다시 "국론 분열을 획책하는 얄팍한 정치술수에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여야 지도부의 협상과정에 대한 설명을 그대로 믿는다면 빅딜설은 그리 근거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과거사법과 행정도시특별법의 여야 간 협상시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과거사법은 처리시기를 미뤘을 뿐 여당이 포기한 게 아니다. 결국 말꼬리 잡기요, 본질을 젖혀둔 곁가지 싸움일 뿐이다. 그걸 법정으로까지 끌고 가는 모습은 더욱 꼴불견이다.

여야는 본질문제로 되돌아가야 한다. 행정도시특별법이 종래 수도이전법의 위헌적 요소를 해소했는지, 혹은 그것이 수도의 분할인지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 과거사법도 같은 맥락에서 본질문제를 얘기해야 한다. 두 법 모두 주고받을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도, 될 수도 없다. 소모적인 빅딜 공방은 즉각 중단하는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