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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길은 막히고 차는 밀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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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격적인 단풍철,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산을 찾았다가 차량 정체로 얼굴만 붉으락푸르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차가 왜 이리 막힐까?” “길이 너무 밀리는군!” 등 무심코 늘어놓는 푸념들, 엄밀히 따지면 어법상 맞지 않다. “차가 밀릴까” “길이 막히는군”으로 바루어야 자연스럽다.

 ‘막히다’는 ‘막다’의 피동사로 길·통로 등이 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밀리다’는 어떤 이유로 뒤처지게 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때 “차가 어찌나 밀리는지 목적지에 가기도 전에 지쳤다” “도로가 너무 막혀 차들이 꿈쩍도 안 한다”와 같이 표현해야 무리가 없다.

 일상적으로 “길이 밀리다” “차가 막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길이 막혀 차가 밀리는 것이고, 차들이 붐벼 길이 막히는 것이다. ‘차’가 주체라면 ‘밀리다’가 오는 게 알맞고, ‘길’이 주체라면 ‘막히다’가 오는 게 적절하다.

 도로가 막힐 때 빨리 가 볼 속셈으로 무리하게 옆 차로로 비집고 들어서는 차량을 심심찮게 본다. 이를 가리켜 흔히 ‘끼여들기’라고 하지만 ‘끼어들기’로 써야 바르다. ‘끼어들다’의 어간 ‘끼어들-’에 명사형 어미 ‘-기’가 붙은 것이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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