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요즘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회의를 주재하거나 업무보고와 같은 공식일정이 없는 시간엔 대부분 책을 읽거나 인터넷 서핑을 즐기며 보낸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3월 들어 각 부처 업무보고가 시작되면서 인터넷 을 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졌는데도 하루 줄잡아 20여분은 인터넷 검색에 할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티즌 사이에 노 대통령은 '눈팅족'(댓글은 쓰지 않고 글만 읽고 나가는 네티즌)으로 알려져 왔다. 일화도 많다.
지난해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청와대 만찬 때다. 초선인 정청래 의원과 인사를 나누면서 노 대통령이 대뜸 "글 잘 읽었습니다. 아주 명쾌하더라고요"라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정 의원이 인터넷 사이트 '국민의 힘' 등의 게시판에 띄운 글을 읽고 이에 화답한 것이다.
인터넷 서핑의 백미는 역시 기사나 의견에 대해 댓글을 달아보는 것. 노 대통령도 최근엔 관심있는 사이트에 들어가 댓글을 올리는 적극적인 네티즌으로 변신했다고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귀띔했다. 이 비서관은 "얼마 전에도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문제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노무현'이란 ID로 댓글을 올린 적이 있다"면서 "네티즌들이 '대통령 노무현'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노 대통령이 자주 접속하는 사이트는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국정브리핑'과 각 정부 부처 사이트의 게시판, 그리고 뉴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다. '서프라이즈'나 '국민의 힘' 같은 친노(親노무현) 사이트, 청와대 홈페이지의 '업무혁신공유방'에도 자주 들어간다고 한다.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