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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 키워주는 어린이 철학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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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만 외우는 공부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창의력과 논리력이 중시되는 글로벌 사회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비판적이고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키워야 한다. 스스로 생각해서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이 철학교육에 그 답이 있다.

서술형 문제를 어렵게 느끼는 까닭

요즘 교육의 트렌드는 자기주도 학습과 사고력 교육이다. 이중에서도 사고력 교육은 어떤 대상을 비판적으로 보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등학교 시험에서 서술형 문제 비중이 대폭 강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서술형 문제에 답을 쓰는 것을 어려워한다.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독창적으로 답을 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린이철학교육 연구소 전영삼 개발실장은 “‘주어진 대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철학교육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학 교육이라고 해서 니체나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의 사상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전 실장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철학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읽은 대다수의 초등학생들은 ‘착한 흥부는 복을 받고 나쁜 놀부는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얻게 된다.

하지만 철학수업에서는 ‘흥부=착한 사람’ ‘놀부=나쁜 사람’이라는 공식이 깨진다. ‘흥부는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 아닐까?’ ‘재산관리를 잘해 부자가 된 놀부가 오히려 요즘 세상에서 본받을만한 인물 아닐까?’ 같은 의문을 품다 보면 결국 ‘선과 악은 무엇일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선한 것일까?’같은 형이상학적 물음에 도달하게 된다.

철학교육을 꾸준히 하면 논리적인 글쓰기도 잘 할 수 있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나면 글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문거리와 관련된 책을 읽고 생각을 폭넓게 전개하는 기술까지 익혔으므로 배경지식이 풍부한 글을 쓸 수 있어 깊이 있는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토론과 대화 통해 열린 사고하게 해야

어린이 철학 교육을 효과적으로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쉽고 오래된 방법 중 하나는 철학성이 강한 동화나 이야기책을 읽고 스스로 의미 있는 문젯거리를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다. 능동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의문을 자신의 문제로 끌어와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게 하면 열린 사고를 하게 하는데 효과적이다.

아직까지 혼자서 사고하는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답을 미리 알려주고 토론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해보는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철학교육에는 정해진 답이 없지만 교사나 부모의 생각을 먼저 일러 주고 대화를 이끌어 가면 어느 샌가 아이 자신이 토론의 주체로 성장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탐구 공동체’(Community of Inquiry)를 만들어 또래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져야 한다. 이때 토론모임에 참여하는 교사는 탐구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 학생들을 격려해야 한다.

철학 교육에서는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제자에게 질문을 하고 스스로 진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렸던 소크라테스처럼 부모가 아이의 고민을 함께 나눠야 한다. 전 실장은 “아이들은 세상·우주·자연에 대해 무한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며 “엉뚱하고 사소한 질문이라도 정성스레 답해주고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철학 교육 연구소
www.iphilos.com
▶ 문의=02-883-3695


[사진설명] 어린이 철학교육은 호기심을 자극해 아이들을 질문쟁이로 만들어준다.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사진제공="어린이철학교육"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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