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가족까지 상처 줘선 안 돼 좀 더 품격 있는 청문회 했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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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방문해 정진석 추기경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좀 더 품격 있는 청문회를 했으면 좋겠다.”

 정진석 추기경이 19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한 당부다.

손 대표는 이날 대표 취임 인사차 서울 명동의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을 찾아 정 추기경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정 추기경은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가족문제까지 거론하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정치적으로, 정당을 떠나 자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청문회 이야기는 정 추기경이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정 추기경은 “정치는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데,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치인 개개인이 (청문회로)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정치인 가족들이 소외되는 부분도 배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를 보면 가족사가 많이 나오는데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며 “당장은 가족사를 건드리는 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각별한 신경을 쓰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 추기경은 특정 청문회나 인물을 지칭하진 않았다. 서울대교구청 관계자는 “평소 가족이 행복한 공동체가 돼야 세상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그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정 추기경은 또 “개미와 벌의 경우 80%는 열심히 일하고 20%는 일을 안 하는데, 곤충학자가 이 20%를 없애면 남은 개미와 벌 중 20%는 일을 안 하게 된다고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어렵고 적응하지 못한 20%를 어떻게 안고 가야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만들 수 있겠느냐. 여기에 정치의 해답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모토인 ‘옴니부스 옴니아(Omnibus Omnia,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를 언급하며 “우리 정치도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베푸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옴니부스 옴니아’와 관련, “복지와도 맞닿아 있는 말씀”이라며 반겼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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