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교통시스템 … 차량 늘어나도 통행속도는 빨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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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6시쯤 울산 도심을 관통하는 번영로의 교통신호등. 가까운 쪽부터 순서대로 황색→녹색→적색 불이 켜져 있다. 직진하는 차량 흐름이 교차로 신호등에 의해 끊기지 않도록 여러 개의 신호등이 연계돼 가동되고 있다. [이재동 사진작가]

“누군가 나를 위해 일부러 신호등을 조작해주는 것 같아요.”

 지난달 초 울산으로 이사온 정태원(46·회사원)씨는 자동차로 출퇴근하면서 마치 자신이 VIP가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한번 녹색 신호를 받고 직진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 6~14개의 신호등이 기다렸다는 듯 차례대로 녹색으로 바뀌더라는 설명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울산시가 2005년 구축한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교통관리센터에서 시내 전 지역의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손금 보듯 파악해 교통 흐름이 원활하게 신호등을 조작하기 때문이다. 차가 있건 없건 일정한 순서대로 바뀌는 타도시의 신호등과는 전혀 다르다.

 ITS의 역할은 이뿐 아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자동응답전화(ARS)로 시내버스가 언제 원하는 정류장에 도착하는지, 언제쯤 목적지에 도착할지를 알려준다. 또 어디에 교통사고가 났고, 어느 도로에 차량이 밀리는지 PC·내비게이션·도로전광판(VMS)을 통해 눈으로 확인하며 거쳐갈 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송병기 울산시 교통건설국장은 “도시 전체의 도로 사정이 한눈에 들어오면 좁은 도로도 넓게 쓸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는 지능형교통체계이고, 울산은 그 흐름에 한 걸음 앞서 간 것”이라고 자랑했다.

 실제로 울산시는 교통혼잡으로 낭비되는 비용이 한 해 4000억원을 넘었고 그 증가율은 연 13.2%로 전국에서 최악이었다. 도로를 건설해 문제를 해결하려니 투자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1000억원을 들여 건설할 수 있는 도로는 2.6㎞에 불과하다.

 그래서 2001년부터 42개월간 202억원을 들여 ITS를 구축했고, 이를 유지·확장하는 데 연간 4억~25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그 결과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자동차 숫자는 4%나 늘었지만 차량 통행속도는 시속 25.3㎞에서 31.5㎞로 빨라졌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340억원으로 그동안 투자액 258억원의 5배를 넘어선다.

 ITS는 교통정보 수집으로부터 시작된다. 도로 바닥에 설치된 신호검지기와 길가에 안테나처럼 서 있는 차량 검지기, CCTV, 시내버스에 설치한 단말기 등 거미줄처럼 네트워크화된 장비로 포착한 도로정보를 교통관리센터에 모은다. 이 정보를 컴퓨터로 분석하고 전문가의 수정을 거쳐 1분마다 새로운 교통정보로 가공, 도시 전체의 교통흐름을 유기적으로 조절하는 신호연동 운영에 적용한다. 또 교통방송, 인터넷, 휴대전화, 전화, 도로전광판, 정류소와 시내버스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울산교통관리센터는 ITS견학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지난해말까지 50개 자치단체를 비롯해 373개 기관에서 1만3803명이 견학했다. 일본 등 4개국에서도 39명의 전문가들이 다녀갔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ITS세계대회에 참석하는 80여 개국 교통전문가들도 26~28일 3차례로 나눠 울산교통관리센터를 찾는다. 울산시의 ITS 운영 노하우를 배워가기 위해서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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