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외교장관 취임 직후 MB “천영우 어떠냐” 묻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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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꺼내든 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카드는 천영우(사진) 외교통상부 2차관이었다. 전임 수석이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취임한 지난 8일 이후 외교안보수석 자리는 공석이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고심이 컸다는 방증이다. 당초 유력한 후보는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었다. 성균관대 교수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자문을 맡아온 김 비서관은 외교·통일·국방 분야의 개혁 과제들을 총괄해온 만큼 후임 수석 1순위였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 “43세라는 젊은 나이에 수석을 맡기기엔 적절치 않다” “강한 대북 원칙론적 이미지가 부담”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천안함 사건 이후 새로운 남북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청와대와 이 대통령에게 ‘강성 외교안보수석’은 부담스럽다는 지적들이었다. 결국 ‘김태효’ 카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 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희망했던 외교안보수석의 조건은 까다로웠다. 북한 급변사태 등 남북관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상상력과 유연성을 가져야 하고, 외교·통일 분야 외에 국방 ·안보 분야에도 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이 대통령의 외교 통일 분야 자문을 맡아온 교수들과 베테랑 관료들을 중심으로 물색했지만 여의치 않아 인선이 늦어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처음부터 천 내정자를 눈여겨봐왔다고 한다. 김성환 장관 취임 직후 이 대통령은 “천 차관에게 수석을 맡기는 게 어떠냐”고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북핵 경력 높이 평가=천 내정자는 외교부 내에서 ‘다자외교에 능한 북핵 전문가’로 꼽힌다. 2006년 신설된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에 임명돼 그해 4월부터 2년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다. 2007년엔 2·13 합의를 이끌어냈다. 2·13 합의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의 후속조치를 담은 실행프로그램이다. 천 내정자는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준비기획단에도 포함됐다. 청와대는 이처럼 천 내정자가 북한 문제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고 한다. 대북 협상에 능한 그의 발탁을 두고 대북관계가 다소 유연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민정수석실의 검증에선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외교부 내 평이 좋은 데다 지방대(부산대)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플러스 점수를 받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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