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궁금한 천경자 화백, 부산서 작품으로 만나볼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가늘고 긴 목, 신비스런 눈매의 여성 머리엔 뱀이 똬리를 틀고 있거나 이국적인 꽃무리가 화사했다. 외계에서 온 듯 이방인의 고독을 물씬 풍기던 그 여성상은 한때 한국 화단의 마돈나였다. 천경자(87) 화백이 ‘꽃과 여인의 화가’라 불리게 된 건 그가 즐겨 그린 이런 소재 덕도 있지만 화가 자신이 바로 그림 속 주인공을 능가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절절 끓는 사랑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던 천하의 예인(藝人)은 붓을 꺾고 미국으로 떠난 뒤 병마 속에 침묵함으로써 세인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19일부터 11월 3일까지 부산 광안2동 미광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1952년 피란지 부산에서 징그러우면서도 황홀한 뱀 무리를 그린 ‘생태(生態)’로 생에의 의욕을 찾았던 인연이 그를 부산 전시로 이끌었다고 한다. 자화상처럼 보이는 ‘누가 울어’(사진)와 드로잉 30여 점이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대신 맞는다. 051-758-2247.

정재숙 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