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이 삼성이 그 삼성 맞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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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18일 한국시리즈(KS) 3차전에서도 져 SK에 3연패를 당했다. 시리즈를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SK 우세를 점쳤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삼성은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젊은 선수들은 경험 부족을 철저히 드러냈고, ‘철벽 불펜’의 명성은 오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전체적으로는 정규시즌과는 전혀 딴판인 팀이 됐다. SK가 잘하는 것보다는 삼성이 못하는 부분이 훨씬 많아 한국시리즈에 대한 준비가 덜 됐다는 지적이다.

 ◆경험 부족으로 허둥지둥=2연패를 당한 후 삼성 관계자는 “타자들의 경험이 부족하다. 우리 팀 젊은 타자들이 경험에서 밀린다”고 분석했다. 3차전 1회 2사 만루에서 조영훈은 원 볼에서 2구를 노려쳤으나 3루수 파울플라이로 아웃됐다. SK 선발 카도쿠라가 사사구 4개로 흔들린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었다.

 삼성은 정규시즌에서 발 빠른 타자들이 도루 등 적극적인 주루로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것이 장기였다. 그러나 KS에서는 SK 포수 박경완의 노련한 리드와 견제에 막히고 있다. 박경완은 이번 시리즈에서 60%의 도루 저지율(5번 중 3번 저지)로 삼성 주자들의 발을 묶고 있다. 2, 3차전에서 삼성은 결정적인 번트 실패로 자멸했다. 2차전 1-2로 뒤진 5회 무사 1·2루에서 최형우는 희생번트에 실패했다. 3차전에서도 1-2로 뒤진 3회 무사 2루, 박한이가 번트를 대지 못하는 바람에 2루주자 최형우가 포수 견제구에 걸려 아웃됐다. 2, 3차전의 승부처였다. 중심타선도 SK 좌완에 무기력하게 끌려갔다. 삼성은 3경기 팀 타율이 0.191에 그치고 있다. 무엇보다 중심타선의 침묵이 뼈아프다. 좌타자들인 최형우는 9타수 1안타, 채태인은 4타수 무안타, 박한이는 11타수 2안타로 나란히 1할대 타율이다. 김광현을 비롯해 정우람·이승호·전병두 등 SK의 좌투수 공략에 좌타자들이 침묵하면서 득점력이 뚝 떨어졌다.

 ◆막강 불펜은 어디 갔나=삼성은 올 정규시즌에서 5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58승2패(승률 0.967)를 기록했다. 리드한 경기는 거의 이겼다는 얘기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 들어와 삼성 구원진은 180도 달라졌다.

 선 감독은 불펜의 부진에 대해 “정현욱과 권혁이 지난해 둘이 불펜을 책임지는 등 최근 3년 동안 많이 던져 피로가 쌓였다. PO를 앞두고 휴식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PO를 대비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말이다. 선 감독의 불펜 운용에도 허점이 발견된다. PO부터 극도의 부진에 빠진 권혁을 유일한 좌완 불펜이라는 이유로 승부처마다 좌타자 상대로 투입했다. 권혁은 PO에서 평균자책점 27.00, KS에서 54.00으로 부진 중이다.

KS 1차전 5회 3-2로 앞선 2사 만루 위기에서 4개월 만에 복귀한 오승환을 전격 투입해 3실점한 것도 무리수였다. 선 감독도 이를 시인한 바 있다. 

대구=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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