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에서 임대로 임대시장 중심이동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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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는 임대시장도 바꿔놓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 대신 반전세(전세와 월세가 섞인 방식)나 월세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고 2년째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집값이 많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어지면서 매수 대신 임대를 원하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2% 올랐다. 같은 기간 아파트값은 2% 떨어졌다. 전세가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43%로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세입자들은 전셋값 상승에 부담을 갖고 집주인들도 월세 임대를 선호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엔젤공인 강상철 소장은 “요즘에는 전셋돈을 굴릴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인지 월세를 원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예금금리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도 반전세나 월세가 많아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셋값 급등에 `전세반 월세반`으로 돌리는 세입자 증가

서울 송파동 미성아파트 전용 84㎡형 전셋값은 2년새 6000만원 정도 올라 2억5000만원선이다. 재계약을 원하는 황모씨는 전셋값 6000만원을 올려주는 대신 집주인에게 월 60만원의 이자를 주기로 했다. 당장 6000만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는 데다 다른 곳은 전세 물건이 없어 이사도 여의치가 않아서다. 송파동 나라공인 박양진 사장은 “올 들어 전셋값이 급등하자 오른 전셋값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차액만큼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은 월세를 반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전세보다는 월세가 수익이 좋기 때문이다. 강남구 논현동 신동아아파트 114㎡형 세입자 김모씨는 재계약을 두고 집주인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전셋값을 5000만원 올려서 4억3000만원에 재계약하겠다고 했지만 집주인이 반전세나 월세를 바라고 있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 250만원을 내거나 보증금 2억원에 월 180만원을 내고 반전세로 계약하자는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셋돈을 은행에 맡기면 연간 1300만원(연 3%) 정도의 이자수입이 예상되지만 반전세나 월세를 놓으면 연 3000만원(세전) 안팎을 챙길 수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신동아부동산 전인수 사장은 “전세는 나중에 집값이 올라 시세차익을 올리는 것 외에는 수익이 거의 없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집주인들이 월세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전셋값이 비싼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파주시 교하읍 한소망공인 박은숙 사장은 “전용 85㎡형 전세가 1억원 수준인데 전세자금대출 등을 활용하면 큰 부담이 없어 반전세나 월세가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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