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가을남자’ 박정권 “타석 들어서니 타격감 살아나더라”

중앙일보

입력

가을이 왔다. 박정권(29·SK)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2010년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15일 박정권은 "정말 조금도 떨리지 않는다. 이제 바빠질텐데 물어볼 것 있으면 빨리 말씀하시라"고 농담을 던졌다. 자신감의 표현.

지난 해 가을이 떠올랐다. 2004년 SK에 입단해 매년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쳐야 했던 그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서 타율 4할7푼6리·3홈런·8타점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에 오르더니 KIA를 상대로한 KS서도 타율 3할9푼3리·2홈런·9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그가 있는 곳으로 취재진이 몰렸다. 당시 박정권은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 가을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고 웃었다.

올 해도 가을이 왔다. 호언에 그치지 않았다. 0-0이던 1회말 1사 1루서 유격수 쪽 강습안타를 쳐내며 후속타자 이호준에게 선취득점 기회를 제공했다. 3회 1사 1·3루에서는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생산했다. 예열을 마친 박정권은 6회 승부를 결정짓는 아치를 그렸다. 6-4로 앞선 1사 2루, 박정권은 삼성 우완 이우선의 130㎞짜리 몸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겼고 공은 115m를 날아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박정권의 화려한 가을. 그 서막이 열렸다.

-KS 첫 타석부터 안타를 쳐냈다.

"사실 경기 시작하기 전 '타격감이 좋지 않다'고 혼잣말을 했다. 그런데 타석에 들어서니 기분이 좋아지더라. 오랫동안 경기를 하지 않았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6회 1사 2루에서는 쐐기포도 쳐냈다.

"1루가 비어있었고, 볼카운트가 1-3이었다. 거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소극적으로 나서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배트를 돌리는데 걸린 느낌이 오더라."

-지난 해에도 포스트시즌서 주목받았다. 올 해에는 첫 경기부터 성적이 좋은데.

"지난 해, 그 느낌이 온다. 첫 타석부터 타격감을 찾았고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지난 해 개인적으로는 좋은 활약을 했지만 팀은 KS서 패했다. 올 해에는 팀 우승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 동료들을 믿어야 내 성적도 나온다. 남은 경기 팀 SK의 모습을 기대해달라."

-삼성 투수들에 대한 분석은 충분히 했나.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가는 바람에 두산과 삼성 투수를 모두 지켜봐야했다. 그래도 충분히 상대를 알고 경기에 나섰다."

-아내가 세심한 조언을 하기로 유명한데.

"올 해에는 작년과 같이 조언을 많이 하지 않더라. '편안하게 하라'는 말만 했다." (지난 해 박정권은 "아내(김은미 씨)가 '밀어치라', '이런 공을 노리라'는 등의 구체적은 조언을 한다"고 말했다.)

인천=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