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외국어 홍보물 오류투성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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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독립기념관으로 와요(來なさい)."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이 제작한 일본어 안내 리플릿에 난데없이 낮춤말이 등장한다. 우리말 '오세요'를 잘못 번역한 것이다.

독립기념관이 외국 관람객을 위해 만든 안내 리플릿이 오류 투성이라는 외국어 전문가의 지적이다.

특히 일본어의 경우 잘못됐거나 어색한 표현이 많아 일본인 관람객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최근 한 일본인이 A4용지 네쪽 분량의 리플릿에서 50여개의 오류를 지적, 공개했다.

중국어 리플릿에도 엉뚱한 표현이 적잖다. '격동'을 그대로 '激動'으로 옮겼으나 중국에선 이는 감격스럽다는 뜻으로 우리와 전혀 다르다.

이 외국어 리플릿들은 독립기념관이 2002년 서울의 한 대학에 번역을 의뢰해 제작한 것이다.

일본어 리플릿은 일제침략관 소개에서 '우리민족'을 'わが(우리)民族'으로, 중국어 경우도 '我們(우리)民族'으로 직역했다. 일본.중국인이 보면 자신의 민족으로 오해할 소지가 크다. 그들을 위해선 '韓國民族'으로 표기했어야 했다.

또 일본.중국에선 사용않는 말까지 있다. 아메리카 대륙을 뜻하는 미주를 '美洲'라고 표현했으나 일본서는 'アメリカ(아메리카)'로, '蹴球(축구)'는 'サッカ-(사카)'라고 쓴다. 중국어 리플릿에선 '추모'를 그대로 '追慕'로 표기했으나 중국에선 '追念(추념)'이라고 표현한다.

단국대 최병규 교수(일본어)는 "한국어를 단순하게 직역하면서 생긴 오류"라면서 "항일민족사를 대변하는 기관으로서 정확한 번역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념관 관계자는 "오류가 있는 안내물을 전량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이 리플릿은 인근 호텔 및 한국관광공사 안내전시관 등에도 배포됐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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