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암흑 은하'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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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암흑물질(dark matter)로 구성된 암흑 은하가 영국 카디프 대학이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BBC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암흑물질이란 망원경은 물론 적외선이나 자외선.가시광선 등 어떠한 전자기파로도 관측되지 않지만 중력이 있는 물질을 말한다. 갈색왜성(다 타버려 빛을 내지 않는 별), 블랙홀(엄청난 중력을 가지고 빛까지도 빨아들이는 검은 구멍), 중성미자(전기를 띠지 않은 아주 작은 입자) 등이 후보로 거론되지만 정체는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암흑 물질은 우주 총 질량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흑물질로 이뤄진 암흑 은하란 내부에 항성(태양 같은 별)을 포함하지 않지만 거대한 질량을 가지고 은하처럼 회전하는 우주의 한 지역을 지칭한다. 이것은 영국 체셔주와 푸에르토리코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을 통해 발견됐다. 위치는 지구에서 5000만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성단(Virgo cluster) 내부다.

연구팀은 지난 5년 동안 우주 전체의 수소 원자의 분포를 조사하던 중이었다. 방법은 은하의 자전 및 은하 내 구성요소의 이동속도를 관측, 분석하는 것이다. 조사 결과 태양 질량의 1억배에 이르는 수소 원자 덩어리가 관측됐다. 여기에 암흑물질이 있다는 단서는 수소 덩어리의 회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려면 관측된 수소원자의 1000배가 넘는(다시 말해 태양의 1000억배가 넘는) 질량이 그 지역에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카디프 대학의 로버트 민친 교수는 "이것이 정상적인 은하였다면 무수한 별을 포함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상당히 밝아서 아마추어의 망원경으로도 보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은 이것이 암흑물질로 구성된 암흑 은하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VIRGOHI21'로 이름짓고 "암흑 은하가 발견된 것은 천문학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와 부분적으로 비슷한 은하는 과거에도 발견됐지만 모두가 별을 포함하고 있거나 은하 간 충돌의 잔존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연구팀에 소속된 영국.프랑스.이탈리아.호주의 과학자들은 암흑 은하에서 어떠한 행성의 자취나 다른 은하와의 충돌 가능성도 발견하지 못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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