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3분기 외환보유액 급증 … 위안화 절상 막은 증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급속히 늘고 있다. 3분기에만 1940억 달러나 늘었다. 외환 보유 규모로 세계 10위인 싱가포르(2064억)의 전체 보유액에 육박하는 액수다. 이에 따라 중국을 세계 경제의 불균형 주범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미국의 공세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환율 전쟁’ 속에 또 하나의 분쟁 재료가 되는 양상이다. 13일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9월 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6480억 달러를 기록해 6월 말에 비해 7.9% 증가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06년 10월 1조 달러를 돌파한 뒤 지난해 4월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후에도 급증세를 지속해 현재 2위인 일본(1조701억 달러)의 배 이상으로 불어난 상태다.

이 같은 급증세는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빠르게 늘어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중국의 3분기 무역 흑자는 656억 달러를 기록해 2008년 4분기(1140억 달러) 이후 최대치였다. 여기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며 외환보유액 중 엔화·유로화 자산을 달러로 환산한 액수도 늘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팔고 외환을 사들이며 위안화 값 상승을 막은 흔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자기 나라 돈을 풀고 달러를 사들이면 자동적으로 외환보유액이 증가한다.

14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외환보유액 급증은 중국 중앙은행이 여전히 시장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경제분석가는 WSJ에 “자신들의 환율정책이 세계 경제 불균형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 아니라는 중국 측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중국을 방문한 맥스 보커스 미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하원에 이어 상원도 환율개혁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미 하원은 지난달 29일 중국을 겨냥해 환율 조작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정부에 주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다음 달 초 중간선거가 끝난 뒤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킬지를 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왕치산(王岐山) 부총리 등과 만나 환율 문제를 논의한 보커스 위원장은 “미국에선 많은 사람이 위안화가 저평가된 탓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우려를 중국 지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미 재무부가 15일 발표할 예정인 환율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다시 강조했다. 중국이 위안화 값을 누르고 있는 바람에 신흥국들이 잇따라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는 등 세계 환율체제가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신흥국들은 중국에 대해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