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 기술 가르쳐 채용 ‘미스터 범방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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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남달리 큰 일을 한 것 같지 않는데 과분한 상을 받았습니다.”

13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김광호(68·사진·흥건사 회장) 범죄예방위원회 전주지역협의회장은 겸손한 어조로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 회장은 주변에서 ‘Mr. 범방위’로 불린다. 올해 30년째 범죄예방위원회(범방위)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범방위원 1000여 명 가운데 최고참이다. 전국 2만여 명에 이르는 회원 중에서도 가장 오랜 봉사활동 경력을 지녔다.

일찍 건설업에 투신해 자리를 잡은 그는 30대 후반인 1981년 범방위 창설 때부터 소년 선도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갱생보호 대상자들을 위한 자립보조금 지급과 결혼식 지원, 보호관찰대상자·불우청소년 돕기, 결식아동 점심제공 사업 등에 앞장섰다. 이들 중에는 목수·방수·철근 등 건축 분야 기술을 가르쳐 자신의 회사에 직접 채용한 직원들도 적지 않다.

2004년부터는 지역협의회장을 맡아 한마음장학회 설립을 주도했다. 사비 1억원을 포함해 모두 7억9000만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소년·소녀 가장 등 매년 중·고생 200여 명에게 총 8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2009년에는 벌금을 낼 수 없을 만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을 위한 점심값 지원제를 전국 처음으로 제안해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범방위의 모범사례로 꼽혀 다른 지역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범방위 활동이 청소년 범죄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범죄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학생·어린이들의 범죄가 난폭화·지능화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주지역 범방위는 1년 전부터 회원들과 비행 청소년들이 일대일 자매결연을 맺는 멘토링사업을 펼치고 있다. 회원들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벽지 도배, 지붕 고치기 등 집안 수리도 해준다. 김 회장은 “어린 시절엔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할 정도로 집안이 어려워 밥을 굶은 적도 많았다. 나중에 크면 반드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봉사활동은 할수록 오히려 내 자신의 행복지수가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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