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슬러지에 도나우강 물고기도 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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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공장의 독성 슬러지(산업폐기물 찌꺼기)가 전날 도나우강에 도달한 가운데 8일(현지시간) 헝가리 정부는 도나우강의 생태계 재앙 위험은 없다고 주장했다.

7일(현지시간) 헝가리의 보다 지역 인근 마르칼강에서 독성 슬러지로 인해 물고기들이 폐사하고 있다. 슬러지 유출 사고가 발생한 곳과 가까운 하천들의 생태계는 이미 상당 부분 파괴됐다. [보다 AP=연합뉴스]

핀터 산도르 헝가리 내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슬러지가 유입된 도나우강 지점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산성도(pH) 농도가 9 이하로 나타났다”며 “이는 생태계 재앙을 배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pH가 1~6이면 산성, 6~8은 중성, 8~14는 알칼리성에 해당한다. 헝가리 정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슬러지가 도나우강에 도달할 무렵인 전날 오후 5시에 pH 농도는 8.45였다. AFP 통신은 환경보호당국 전문가를 인용해 이날 오전 8시30분쯤 슬러지가 도나우강에 유입된 지점으로부터 하류로 약 10㎞ 떨어진 코마롬에서 측정한 pH는 8.4로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핀터 장관은 수질 보호를 위해 생분해성 빙초산(아세트산)과 석고를 마르칼강에 투입했으며 이로 인해 도나우강의 pH 농도를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지점과 가까운 하천들의 생태계는 이미 파괴된 상태다. 7일 마르칼강과 라바강이 만나는 지역에선 자원봉사자들이 폐사돼 떠오른 물고기들을 퍼내야 했다. 이날 마르칼강의 pH는 무려 13에 달했다.

유출된 슬러지는 마르칼강을 따라 흘러 라바강을 거친 뒤 7일 도나우강으로 흘러들었다. 티보 돕슨 헝가리 재난구조청 대변인은 “도나우강에서 폐사해 수면 위로 떠오른 물고기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도나우강은 헝가리를 지나 크로아티아·세르비아·불가리아·루마니아로 흘러간다. 루마니아 메헤디티 지역의 수질관리 책임자 아드리안 드라기치는 “9일께 슬러지가 이곳을 지날 것”이라며 “도나우강을 식수원으로 쓰는 강 주변 지역들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단체들은 장기적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그린피스 헝가리는 8일 “사고가 발생한 콜론타르 지역 슬러지를 표본조사한 결과 비소 함유량이 ㎏당 110㎎으로 보통 진흙의 두 배로 나오는 등 비소·수은 등 중금속 함량이 매우 높다”며 생태계 재앙을 우려했다. 가보 피게츠키 세계환경기금(WWF) 헝가리 지부 대표도 “장기적으로 중금속 위험에 노출될 것이고 마르칼강의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는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고를 낸 회사인 마자르 알루미늄(MAL) 측은 슬러지에 일부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지만 유럽연합(EU)의 기준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MAL의 발표 내용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마른 슬러지가 먼지 상태가 돼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안나 나지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지상의 습기 있는 슬러지는 닿지만 않으면 괜찮지만 먼지 상태가 된 슬러지는 들이마시면 위험하다”고 밝혀 추가 피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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