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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성장 시대의 지역 발전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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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대구에서 ‘2010 지역발전주간’ 행사가 있었다. 각 지방자치단체를 책임지고 있는 단체장들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한 자리였다. 지난 2년 동안 서울에서 개최된 ‘지역투자 박람회’가 올해는 지방인 대구에서 열린 것이다. ‘지역투자’ 또는 ‘지역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행사를 지방에서 열고, 앞으로도 지역을 순회하면서 개최하기로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구시·경북도가 이 행사의 유치를 강력히 희망하면서, 행사 개최를 빌미로 중앙정부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낼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는 점이다. 행사에 참여한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이나 원자력 벨트와 같은 지역 현안을 확정지어 줄 것으로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자, 지역의 유력 언론은 ‘MB 선물 김칫국 마신 대구·경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대구·경북은 과거 국가주도적 고성장 시대의 향수에 아직도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1970~80년대엔 국가가 주도적으로 국토개발을 선도하면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에 목을 매고 더 많은 선물이 떨어지기를 고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지자체들은 이런 중앙집권적 고성장 시대는 지나갔음을 깨닫고, 지역 스스로 발전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지역 간 경쟁의 압박이 날로 심화되는데도, 중앙정부는 여전히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대구 행사의 핵심 과제는 ‘어떻게 하면 지역 간 경쟁에서 이겨 역내외(域內外) 자본을 유치할 것인가’였다.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한 대통령은 중앙정부의 새로운 어젠다인 ‘공정사회’를 지역사회에서도 수용할 것을 강조했다. 또 대통령자문 지역발전위원회는 광역경제권 구축이나 녹색성장, 4대 강 사업에 지자체들이 따라오기를 원했다. 

지방정부든 중앙정부든 모두 이런 과거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때다. 이제 경제성장률을 3~4% 달성하기도 쉽지 않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한계는 중앙정부의 일방적 요구나 지자체들 사이의 과잉 경쟁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불가피하게 탈성장·탈중심 경제·정치 체제로 나아가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필요한 새로운 지역 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앞으로 지역은 과거와 같은 개발정책을 경쟁적으로 시행함으로써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 새로운 개발을 위한 역외 자본의 유치보다는, 그동안 개발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성찰해 보고, 그 문제들을 꼼꼼히 해결해 나가는 지역밀착형 발전 전략이 요구된다. 지역들 간에도 경쟁과 대립보다는, 협력과 보완을 통해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상호 연계(네트워크)형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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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 교수·지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