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랑] 남성호르몬의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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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남성들로부터 비아그라를 복용했는데도 페니스가 발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페니스가 발기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노령으로 남성호르몬이 부족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들은 남성에게도 여성의 폐경기 같은 성호르몬 부족 사태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남성호르몬의 기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말 그대로 남성으로서의 특징을 나타내는 신체 부위, 즉 생식기관에 작용해 그것을 충분히 발달시켜 주는 기능이다. 성행위에 직접 관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기능의 하나다. 둘째는 전신에 작용해 남성다운 근육이나 골격의 발달을 촉진하는 기능이다.

이런 두 가지 기능이 제대로 발휘됐을 때 비로소 한 사람의 남성이 탄생되는 것이다. 전문용어로 전자를 남성화작용, 후자를 단백동화작용이라고 한다.
남성화작용도 다시 세 가지로 세분할 수 있다.

첫째는 고환 안에서 조정작용(정자를 만드는 기능)을 완성시키는 것과 동시에 내성기나 외성기를 발달시키는 작용이다.

둘째는 음모나 겨드랑이 털, 목소리의 변성, 그리고 여드름이 생기게 하는 작용 등 사춘기 남성에서 보이는 성징의 발현을 촉진하는 작용이다.

그리고 셋째가 남성다운 성격이나 행동을 촉진하는 작용으로서 직접적인 성행위도 남성호르몬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즉 이것이 부족하면 섹스를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왕성한 성욕을 가지고 남보다 거대한 페니스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몸이 여성이나 어린이처럼 나긋나긋하면 여성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 때문에 남성은 여성을 사로잡기에 알맞은 남성의 이미지를 미리 형성해 둘 필요가 있다. 즉 남성다운 체격 형성이 긴요한 것이다. 이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남성호르몬의 작용이 다름 아닌 단백동화작용이다.

사춘기에 이르러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해지면 단백동화작용도 활발해지고 소년은 하루가 다르게 늠름한 근육질의 체구로 발달해 간다. 남성호르몬은 근육뿐 아니라 뼈도 굵고 길게 성장시킨다. 그 결과 넓은 가슴에 굵고 긴 팔다리의 이상적 남성 체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남성 중에도 가슴에 털이 무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무모증에 가까운 남성도 있다. 페니스 크기도 사람마다 다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인체가 신경과 호르몬이라고 하는 두 가지 거대한 시스템에 의해 적절하게 조절되고 있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호르몬은 신경이라고 하는 케이블이 통하지 않는 곳에 뇌중추의 명령을 전하는 전령인데,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TV 방송에는 방송국과 동시에 그곳에서 발송되는 전파를 재생시켜 주는 텔레비전 수상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호르몬이라고 하는 무선전파를 수신하는 수상기에 해당하는 것이 곧 수용체(receptor)라는 것이다.

수용체가 있어야 비로소 호르몬의 작용이 제대로 수행되는 것이다. 반대로 수용체가 없는 장소에서는 아무리 품질이 좋은 호르몬이 대량으로 분비돼도 효능을 발휘할 수가 없다. 구레나룻이 시커멓고 가슴에 털이 무성한 사람은 그만큼 남성호르몬을 수용하는 수용체가 가슴 피부에 많고 그것도 조밀하게 밀집돼 있다는 증거다. 페니스의 크기도 이 수용체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남성호르몬이 고환으로부터 충분히 분비되는 데다가 그 수용체가 페니스에 빈틈 없이 배치돼 있으면 탐스럽고 우람한 페니스로 발육한다. 반대로 호르몬 분비가 부족하거나 흡족한 양이 분비되더라도 수용체가 부족하거나 그 감도가 불량하면 페니스는 제대로 성장하지 않게 된다.

곽대희 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7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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