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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기자의 길맛, 맛길 ③ 도산공원 앞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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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그래서 이달에는 ‘도산공원 앞길’을 찾아가 봤다. 저렴한 가격의 스트리트 패션숍이 많은 가로수 길과는 달리 이 길에는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 고급 편집 매장들이 주로 입점해 있다. 그중 디자이너 릭 오웬스(Rick Owens)와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의 매장을 눈여겨볼 것을 추천한다. 트렌드세터들이 좋아하는 ‘핫’한 브랜드인 데다 겨울 옷 연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릭 오웬스는 가죽의 질감을 독특하게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디자인도 전위적이어서 개성이 강하다. 올겨울 세련된 ‘가죽옷 매치’를 고민한다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앤 드뮐미스터는 ‘블랙 앤드 화이트’를 고집하는 디자이너다. 그 외에는 계절마다 한두 가지 색만 부분적으로 사용하는데 올해는 베이지와 빨강이다. 겨울이면 유독 검은옷을 많이 입게 된다. 이럴 때 포인트 컬러를 어떻게 사용하면 효과적일지 좋은 샘플이 될 것이다.

르 카페의 ‘닭 가슴살 크레페’(왼쪽)와 마크홀릭의 ‘성게 알 밥’.

자, 이제 이 우아한 거리를 걷다가 배가 고파지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살펴보자. 유럽 스타일의 카페를 원한다면 마크 제이콥스 매장 바로 앞 ‘르 카페(Le Cafe, 02-544-3700)’가 적당하다. 밀가루 반죽을 밀전병처럼 얇게 펴서 구운 후 야채·고기 등을 싸서 먹는 ‘크레페’로 유명한 집이다. 다른 곳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메뉴이고 보기도 화려해서 군침이 절로 돈다. 30~40대라면 미팅 자리 단골 메뉴였던 ‘파르페’도 반가울 듯싶다. 아이스크림을 층층이 쌓고 막대 과자와 초콜릿·과일을 얹어 먹던 ‘있어 보이는 비주얼’의 디저트! 이 역시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메뉴라서 더 끌린다.

호림미술관 1층에 있는 ‘테이스트 앳(02-512-2970)’에선 ‘횡성한우 스테이크’를 먹어봐야 한다. 육즙이 달콤하고 고소해서 소스 없이도 두터운 스테이크 한 접시를 너끈히 먹어 치울 수 있다. 그런데 진짜 횡성한우일까? 테이스트 앳 매니저는 “롯데백화점에 횡성한우를 공급하는 업체가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자신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 집의 또 다른 추천 메뉴는 ‘쁘띠 애프터눈 티(2만5000원)’다. 오후 2~5시 사이에 주문하면 10종류의 케이크 조각과 차 또는 커피가 함께 나온다.

‘마크홀릭(02-549-9772)’은 막걸리와 샴페인을 주로 취급하는 레스토랑 겸 바다. ‘7080세대에게는 주점문화를, 90년대 세대에겐 록카페의 정서를 선물하겠다’는 게 컨셉트다. 막걸리 메뉴는 다양하다. 금정 산성막걸리를 비롯해 전국의 명품 막걸리를 14종이나 갖췄다. 힐튼 호텔 일식당 출신의 한영철 셰프가 개발한 안주들도 독창적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장어구이 소스로 맛을 낸 주먹밥을 김으로 싸고 위에 성게 알을 얹은 ‘성게 알 밥’이다. 밥을 뭉치기 전에 프라이팬에서 살짝 볶기 때문에 젓가락을 대면 밥알이 쉽게 부서진다. 밥 덩이가 커서 반으로 잘라 먹으려 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그런데 일단 한 입 먹고 나면 굳이 젓가락을 사용할 생각이 없어진다. 손가락으로 냉큼 집어서 하나라도 더 먹는 게 현명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만큼 맛있다. 돼지고기 목살, 영양부추, 유자청 세 가지 맛이 어울린 ‘유자 항정살 구이’는 이 집에서 두 번째로 소문난 메뉴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l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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