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20년 같이 살아도 남편은 모른다, 아내의 몸·물건·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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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내를 탐하다
 김상득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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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쪽, 1만3000원

‘탐할 것이 없어서 아내를 탐해?’ 제목만 보고 지레 끌끌 혀를 찬 독자가 있다면 이런 대목을 찾아 읽어보시면 어떨까. 153쪽을 펴보시라.

“아내의 품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화상의 위험도 없다. 단점이라면 단지 남편의 잠을 깨우고 옷을 벗긴다는 것이다…옷 벗은 남편의 몸은 이제 더 이상 차지 않다. 노골노골해진 몸은 노골적으로 변한다. 남편은 뜨겁다. 펄펄 끓는다…평소 산만하던 남편의 모든 신경이 한곳으로 집중한다.”

에로 소설이 아니다. 생활 이야기꾼 김상득(47·결혼정보회사 듀오 기획부장)씨가 쓴 칼럼 ‘추운 겨울에도 아내는 따뜻하다’의 절박한 대목이다. “우리 하자, 뭐든 하자”는 남편 말에 박절한 아내는 “뭘 해? 그냥 자” 한마디로 자르고 돌아눕는다. 『대한민국 유부남 현장』 『남편생태보고서』 두 권의 책으로 한국 중년 남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아내들의 속살을 ‘무심한 듯 뭉클하게’ 탐사했다. 전제는 ‘남편은 아내를 모른다’는 것. 아내의 몸, 물건, 속, 세계, 꿈의 다섯 영역으로 나눠 그녀를 더듬는다. ‘그대의 익숙함이 항상 미쳐버릴 듯이 난 힘들어’란 노래 가사처럼 익숙한 줄 알았는데 낯선 아내를 새삼 발견, 발굴한 남편은 에필로그로 마련한 ‘아내에게 미리 쓰는 유서’에서 이렇게 쓴다. “네겐 불행이었겠지만 나는 너를 만나 다행이었다.” 아첨인 줄 알면서도 이런 말 한마디에 눈가가 젖어드는 것, 그것이 부부다. 20년을 함께 산 부부도 여전히 서로에게 미지의 존재이기에 인간은 참 요물인 것이다.

중앙일보가 발행하는 일요신문 ‘중앙SUNDAY’에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를 연재하며 열혈 고정 독자를 거느린 그의 재치 넘치는 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조촐한 칼럼 모음이다. 책 말미에 붙인 ‘부부 어! 사전’과 ‘부부어 사전’ 1~3은 김상득식 어록으로 재치가 넘친다. 아내가 남편에게 가장 많이 보내는 문자 메시지는? 235쪽을 펴보시라.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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