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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197> 승강기 100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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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지금부터 100년 전, 서울 명동의 조선은행(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에 첫 현대식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습니다. 화폐 운반을 위한 화물용 엘리베이터였죠. 흔히 엘리베이터를 승강기라고 부르지만 승강기는 엘리베이터, 화물용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휠체어리프트 등 건물에 설치해 사람이나 화물을 옮기는 시설을 모두 포함합니다. 엘리베이터 설치 100주년을 맞아, 승강기의 이모저모를 알아보겠습니다.

한은화 기자

10억원짜리 아시아 최대규모 엘리베이터

첫 승객용 엘리베이터는 1914년 철도호텔(웨스틴조선호텔)에 설치됐다. 1941년 서울 화신백화점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처음 등장했다. 엘리베이터는 80년대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많이 공급됐고 88 서울올림픽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엘리베이터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서울 종로 낙원상가에 있다. 68년 건물이 지어질 때 설치된 이 엘리베이터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20인승으로 1~5층 사무실을 오르내린다. 허윤섭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승강기표준연구처장은 “엘리베이터는 20~30년이면 교체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인테리어나 승차감이 다소 떨어지지만 운행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 승강기가 들어온 지 올해로 100년을 맞는다. 전국에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휠체어리프트 등 다양한 형태의 승강기 41만여 대가 가동되고 있다. 사진은 일본 후쿠이현의 공룡박물관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박물관 전 층을 관통하는 큰 에스컬레이터 외에 층마다 작은 계단을 설치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모양도 기하학적이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제공]

전시컨벤션센터인 대구 엑스코(EXCO)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있다. 길이 12m, 높이 4m, 폭 4m로 27t까지 실을 수 있다. 화물을 실은 15t짜리 대형 트럭도 통째로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데 한 대당 가격은 10억원이다. 엑스코 측에서 미국 엘리베이터 업체에 의뢰해 직접 설계했다. 이 엘리베이터는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엘리베이터 운행 관리자 과정을 수료한 전문 조작원만이 작동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는 경기도 이천 현대아산타워에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실험 타워에 설치된 이 엘리베이터는 분당 1080m를 움직인다. 아파트의 승객용 엘리베이터의 속도(분당 60~90m)에 비하면 ‘초고속’이다. 최대 운행 길이는 600m로, 1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에서 엘리베이터 한 대로 이동할 수 있다.

승객용 엘리베이터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것은 99인승이다. 경기도 부천시 대우 테크노파크, 삼성코닝정밀소재㈜, 일진소재산업, 부산 코스트코 등 4곳에 설치되어 있다. 가장 적은 사람을 태우는 엘리베이터는 ‘홈 엘리베이터’다. 1~2인승으로 집 안에 장애인·노약자용으로 설치한다.

엘리베이터 로프 끊어져도 추락 안 해

독일 폴크스바겐사의 자동차 주차용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를 움직이는 로프가 끊어져도 엘리베이터는 추락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비상 정지장치’ 덕분이다. 만약 로프가 끊어져 엘리베이터의 이동 속도가 올라가면 속도 검출장치가 이를 감지해 비상 정지장치를 작동시킨다. 엘리베이터 양 옆에 설치된 비상 정지장치는 평상시에는 레일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레일을 꽉 붙잡는 역할을 한다. 로프가 끊어지지 않더라도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설정된 것보다 빨라지면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돼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해도 바닥에 설치된 완충기 때문에 괜찮다는 이야기는 틀린 것이다. 완충기는 엘리베이터가 맨 아래층에 섰을 때 제 위치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충격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엘리베이터와 관련된 사고는 대부분 ‘문’과 관련된 것이다. 출입문에 기대다 문이 열려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대표적이다. 2007년 중학생 2명이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장난을 치다 문이 빠져 엘리베이터 통로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엘리베이터 문의 강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기술표준원은 2008년 9월 이후에 설치하는 승객용 엘리베이터의 경우 몸무게 63.4㎏의 두 사람이 초속 2.65m로 충돌했을 때 발생하는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기준을 정했다. 초속 2.65m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대기공간에서 문으로 돌진했을 때의 평균 속도다.

승강기 문에 기댔다가 문이 열려 바닥에 떨어질 경우 법원은 피해자 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쪽으로 일관된 판결을 내리고 있다. 수원지법은 9월 8일 오산시의 쇼핑몰 지하 1층 복도에서 승강기 문에 기댔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지하 3층 바닥으로 추락한 황모(25)씨가 건물주 등을 상대로 1억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낸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승강기 562대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41만3634대의 승강기가 운행되고 있다. 시·도별로는 경기도(9만9683대), 서울(9만3570대), 부산(2만8467대), 경남(2만3504대), 인천(2만1344대)의 순이다. 시·군·구별로는 서울 강남구(1만1791대), 서초구(7625대), 천안시(6214대)에 엘리베이터가 많다. 가장 적은 곳은 울릉군으로 15대다.

단일 건물에서 승강기가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인천국제공항이다.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등 총 562대의 승강기가 움직이고 있다. 서울 잠실롯데월드(173대), 신림동 테크노마트(123대)가 그 뒤를 잇는다. 국내 승강기 시장 규모는 연간 2조5000억원에 달한다. 매년 2만5000~3만 대의 승강기가 추가로 설치되고 있다. 승강기 설치 증가가 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엘리베이터 설치 기준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건축법에 따르면 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2000㎡ 이상의 건축물일 경우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 또 높이 31m를 초과하는 건축물일 경우 비상용 엘리베이터(분당 60m 이상)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엘리베이터 가격은 소재·디자인·기술력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아파트에 설치하는 엘리베이터(13~18인승)의 경우 한 대당 5000만~1억원 선이다.

1년에 한 번 정기검사 받아야

국내에 설치된 모든 승강기는 ‘승강기시설안전관리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 승강기 안전을 관리하는 곳이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다. 검사 종류는 다양하다. ▶승강기 설치를 끝낸 다음에 실시하는 검사인 완성검사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하는 정기검사 ▶승강기의 용도·용량·속도를 변경하거나 사고가 발생한 승강기를 수리한 이후에 실시하는 수시검사 ▶결함으로 큰 사고가 발생한 승강기의 경우 설치한 지 15년이 지났을 때 실시하는 정밀 안전검사 등이다. 승강기 정기검사 비용은 한 대당 10만원 정도다.

승강기를 관리하는 사람이 매월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자체점검’도 있다. 법에 따라 점검 결과를 기록하고 2년간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법에 따라 승강기 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한 해 평균 7800여 건의 승강기 안전사고가 접수된다. 사고의 70% 이상이 지하철·백화점 등의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하고 있다. 핸드레일을 잡지 않아 넘어지거나, 틈에 옷자락 등이 끼여 발생하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119 구조대가 승강기 사고로 지난해 출동한 것은 1만4813건이다. 대부분이 관리 부실, 기계 고장, 정전 등으로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는 사고다.

방수형, 경사형, 지문인식 엘리베이터 … 별별 승강기 다 나왔네

엘리베이터 업계의 화두는 ‘첨단’이다. 숫자가 적힌 버튼을 누르는 엘리베이터 대신, 터치스크린에 새겨진 숫자에 손을 대면 움직이는 터치형 엘리베이터가 선보였다.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산소 공급시스템을 설치하거나, 향기가 나는 엘리베이터도 있다. 정해진 사람만 탈 수 있도록 지문인식 기능을 갖춘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 내부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방수 엘리베이터도 나왔다.

엘리베이터는 수직으로만 움직여야 한다는 상식을 깬 엘리베이터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08년 서울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에 ‘경사형 엘리베이터(사진)’가 국내 최초로 설치됐다. 노약자나 장애인용 11인승인 이 엘리베이터는 경사형 레일을 따라 이동한다. 길이 43m를 분당 30m의 속도로 움직인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금호엘리베이터가 공동 출자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골프장이나 산악지대 등에서 수송이나 레저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우주엘리베이터를 개발 중이다. 1895년 러시아 과학자 콘스타닌 치올콥스키가 프랑스의 에펠탑을 보고 ‘우주까지 엘리베이터로 연결하면 어떨까’라며 우주엘리베이터를 생각했다. 2008년 9월 일본에서는 과학자 100여 명이 모여 일본우주엘리베이터협회(JSEA)를 만들었다. 미국의 리프트포트그룹은 뉴저지주에 우주엘리베이터용 탄소 나노튜브 제작 공장을 짓고 있다.

우주엘리베이터 상용화의 관건은 ‘탄소 나노튜브’를 제작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상에서 우주까지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릴 3만~10만여㎞의 줄의 소재가 될 탄소 나노튜브는 강철보다 80% 가볍고, 외부 압력에 견디는 힘은 100배 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엘리베이터가 만들어지면 로켓을 쏘지 않아도 인공위성을 대기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된다. 우주엘리베이터 수송 비용은 로켓에 비해 저렴하다. 로켓으로 화물을 실어 나를 경우 ㎏당 1만1000달러(약 1300만원)가 들지만, 우주 엘리베이터로는 220달러(26만원)밖에 안 든다. 1회 수송 한도도 로켓의 경우 20t이지만 우주엘리베이터는 1000t까지 가능하다. 승강기 전문가들은 10~50년 뒤면 우주엘리베이터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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