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폭투·주루사 … 잔실수로 무너진 두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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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프로야구 해설위원들은 준플레이오프(준PO)를 앞두고 롯데의 전력이 전체적으로 앞서지만 두산의 경험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롯데가 최근 3년 연속 준PO 진출로 기세를 탔지만 두산은 김경문 감독이 부임한 2004년 이후 2006년만 제외하고는 줄곧 가을 잔치에 참가했다. 이번 준PO는 두산의 경험과 롯데의 패기가 키워드였다. 그러나 정작 1차전에서 두산은 경험과 관록의 무기마저 없었다. 잔 실수로 자멸했다.

2회 선취점을 내준 장면부터 그랬다. 히메네스가 무사 만루 위기에서 가르시아를 병살타로 잡아내 분위기는 두산 쪽이었다. 그러나 포수 양의지가 히메네스의 낮은 공을 잡지 못해 1점을 내줬다. 포수라면 그 정도 공은 블로킹으로 막아내야 했다.

3회 말 추격의 찬스에서는 손시헌이 주루사로 찬물을 끼얹었다. 1사 1, 3루에서 3루에 있던 손시헌은 3루수 땅볼 때 홈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공이 2루로 송구되자 뒤늦게 스타트를 끊었다. 이미 늦은 데다 3루로 귀루하다 2루수-포수-3루수로 이어진 송구에 걸려 태그아웃됐다.

팽팽한 승부에서 불펜의 베테랑 정재훈은 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졌다. 이대호-홍성흔-가르시아 등 강타자를 잘 잡아냈지만 9회 선두타자 전준우를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직구를 한가운데 높게 던져 홈런을 허용했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치른 전준우보다 오히려 집중력에서 뒤졌다. 임태훈도 무사 1루에서 번트 타구를 잡아 1루에 송구 실책,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교체돼 들어온 포수 용덕한의 패스트볼 등 배터리가 모두 흔들렸다. 두산은 결정적인 위기에서 폭투와 패스트볼로 2점을 내줬다.

반면 수비 불안을 걱정했던 롯데는 발목 부상에서 회복 중인 3루수 이대호가 1회부터 강습 타구를 잘 잡아내는 등 2~3차례 호수비로 수비를 안정시켰다. 수비가 불안한 이대호가 파인플레이를 하자 나머지 야수들의 움직임도 한결 기민해졌다. 롯데 타자들은 세 차례의 희생번트를 모두 성공, 작전도 무리 없이 수행했다. 포스트시즌에 처음 등판한 김사율과 허준혁은 ‘노 피어(No fear)’를 요구하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주문대로 공격적인 피칭으로 무실점을 기록, 불펜의 불안도 없앴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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