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또 하나의 신문 혁신, 투명한 운영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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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앙일보는 대주주이자 발행인이 신문사를 떠나게 된 것을 계기로 신문 운영구조를 혁신했다. 국내 언론사 중 최초로 도입했던 사외이사 제도를 확대 개편하여 기능을 활성화하고 경영뿐만 아니라 제작방향까지도 논의 심의키로 했다. 세계 일류 신문들의 의사결정구조를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신문에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지난 11년간 본지는 한국 신문의 개혁을 선도해 왔다. 섹션화,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 편집, 오피니언 페이지 강화 등은 국내 신문계가 오랫동안 무비판적으로 답습해왔던 일제시대 신문제작의 관행에서 벗어나게 했다. 이번 이사회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경영과 편집의 투톱체제 등은 한국 신문사의 문화를 바꾸는 또 하나의 개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만으로 모든 것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런 제도적 장치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문의 재정적 독립을 위한 성공한 경영이 뒷받침돼야 하고, 외부는 물론 내부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 편집권의 독립이 확보돼야 한다. 이는 기자들을 포함해 신문종사자들이 언론 정도를 걷겠다는 사명감이 충만할 때 달성할 수 있다.

우리는 보도의 객관성과 불편부당성을 최우선적 가치로 삼고 공정 보도에 충실해 왔다. 양 극단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며 열린 사고로 갈등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데 앞장섰다. 내부적으로는 사실과 주장, 감정이 혼재된 기사의 틀을 바로잡아 언론계에 만연된 헝클어진 저널리즘의 원칙을 되찾는 데 힘써 왔다. 이 같은 우리의 노력들은 계속될 것이며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기본책무도 지금까지와 같이 어떤 환경에서도 소홀함이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이 깊은 수렁을 메우는 통합조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는 대안 있는 비판을 제시함으로써 언론 본연의 책무에 충실할 것을 다시금 천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