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색 … 작년 통일부 예산 80% 못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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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경색으로 지난해 불용처리된 ‘통일 예산’이 1조359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의 지난해 전체 예산(1조7106억원)의 79.5%를 쓰지 않은 것이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28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2009년 정부 전체 사업별 결산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의 통일예산 불용액 비율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지원 예산은 지난해 7181억원 편성됐지만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 이 돈 가운데 7056억원이 불용처리됐고, 나머지 125억원은 올해 예산으로 이월됐다. 민간단체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 사업도 예산 대비 불용 비율이 각각 44.4%, 94.6%였다.

지난해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명목으로 지출한 금액은 통틀어 293억원이었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2271억원)의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또 이명박 정부 1년차인 2008년(596억원)에 비해서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경제협력 부문의 경우 경제협력 기반조성사업(융자) 예산으로 1300억원이 짜여 있었지만 전액 불용처리됐다. 개성공단 추가 조성 사업(656억원) 가운데 503억원(76.7%)도 쓰이지 않았다. 이산가족교류 지원 예산으로는 75억5000만원이 편성됐지만 상봉행사가 지난해 9월 26일 추석 때 한 차례만 열리면서 44억8000만원(59.4%)이 불용처리됐다.

남북한 주민의 왕래를 지원하기 위한 남북 간 인적교류 예산은 17억원 전액이 고스란히 남았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과 2009년 북한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 간 관계가 경색되면서 남북 주민들의 교류가 완전히 끊긴 것을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2003년 이후 매년 10억~52억원이 사용되던 교류예산이 전혀 쓰이지 않은 경우는 지난해가 처음이다.

한선교 의원은 “남북 당국 간 접촉이 단절되더라도 민간이나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 교류가 끊어져선 안 된다”며 “통일부가 통일사업 전반의 집행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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