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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오묘한 맛 태국식 vs 깔끔한 맛 베트남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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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요리연구가 백지원씨는 “태국음식이 오색찬란하고 화려한 의상을 떠올리게 한다면, 베트남 음식은 소박하고 깔끔한 흰색 아오자이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태국·베트남 음식,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태국·베트남 현지인과 음식 전문가로부터 알아봤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태국 쌀국수는 닭뼈로, 베트남 쌀국수는 소뼈로 육수 우려내

두 나라의 주 메뉴는 쌀국수다. 지름 1mm짜리 얇은 국수부터 넓이가 10mm가 되는 볶음용 면까지 면발이 다양하다. 백지원씨는 “현지에서도 면발은 비슷하고, 고급식당이든 포장마차든 원하는 면발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두 나라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파는 쌀국수는 주로 태국산이다. “태국이 베트남보다 제조·가공업이 발달하고 식자재 수출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라는 게 주한 태국대사관의 무역담당관 이상민씨의 말이다.

하지만 육수는 다르다. 태국식 쌀국수는 대부분 닭뼈로 만든 육수를 쓴다. 태국음식전문점 ‘왕타이’의 허만우 대표는 “색이 맑고 맛이 개운한 게 특징”이라며 “여기에 ‘설탕, 피시소스, 식초, 고춧가루’ 네 가지 양념을 섞어서 취향대로 국물 맛을 내는 게 태국식”이라고 말했다. 숙주와 양파를 고명으로 올리는 것은 식당마다 다르다.

베트남 쌀국수는 소뼈를 우려낸 국물을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남부에 있는 도시 ‘호찌민’과 북부에 있는 도시 ‘하노이’는 스타일이 다르다. 베트남 쌀국수전문점 ‘사이공’의 황선득씨는 “소뼈 사골만 12시간 이상 우려내 설렁탕처럼 뽀얗게 만든 육수는 하노이 스타일이고, 소뼈에 닭뼈와 쇠고기를 함께 넣고 끓인 맑은 갈색의 육수는 호찌민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지형이 아래위로 긴 베트남은 쌀국수 위에 올리는 고명도 남·북부가 다르다. 북부 하노이에서는 쌀국수 위에 고기와 잘게 썬 쪽파를 고명으로 올린다. 남부의 호찌민에서는 고명으로 숙주·양파·허브를 듬뿍 올린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주로 먹는 베트남 쌀국수는 호찌민 스타일이다.

태국 음식, 다섯 가지 맛을 한 입에

‘한 음식에서 쓰고 달고 맵고 시고 짠 다섯 가지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음식’. 태국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이렇게 정리된다. 백씨는 “똠양꿍만 해도 레몬글라스·고수·갈랑가·캐피어·라임 잎 등의 허브가 들어 있어서 쓰고 짜고 톡 쏘는 향과 맛이 난다. 또 라임 즙은 신맛을, 코코넛밀크는 달콤한 맛을 낸다”고 말했다. 국내 식당가에서 인기 있는 뿌팟퐁가리(게 요리), 팟타이꿍(새우볶음쌀국수) 역시 맛이 복잡하다. 태국 음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 복잡 미묘한 맛 때문에 일단 거부감을 느끼기 쉽다. 그런데 조금만 익숙해지면 바로 이 오묘한 맛에 중독된다는 것. 색깔도 화려하다. 커리만 해도 주 재료인 고추의 색깔에 따라 레드·옐로·그린 세 가지로 구분된다. 매니어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향·맛·색깔의 화려한 자극 때문에 ‘식욕을 돋우는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태국대사관의 일등서기관 나타폰 쌉씬쑨톤은 “세계음식과의 자연스러운 퓨전화가 태국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볶음 요리는 중국, 커리는 인도에서 영향을 받았다. 요즘 태국의 젊은이들은 이탈리아 파스타 면에 커리를 부어 먹거나, 일본식 튀김 면을 사용한 쌀국수를 즐겨 먹는다.” 현재 태국은 대외적으로 ‘키친 오브 더 월드(세계의 부엌)’라는 슬로건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태국 음식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베트남 음식, 심심하지만 피시소스로 맛 더해

여행 책『가자 베트남』의 저자인 신현오씨는 베트남 요리의 특징을 “더운 나라의 특성상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태국만큼 자극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 주로 소개된 퍼(쌀국수), 짜조(만두튀김), 꼼씅(숯불돼지고기를 올린 밥), 꾸언(월남쌈) 등의 메뉴만 봐도 기본 맛은 심심하다. 여기에 피시소스로 각자 취향에 따라 맛을 더하는 게 베트남식 음식문화다.

베트남 속담에 ‘배가 고프면 채소를 먹고 몸이 아프면 약을 먹어라’는 말이 있다. 배를 불릴 만큼 채소를 많이 먹는다는 의미다.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 교수 응우옌 비엣 흐엉은 “특히 쌀 전병(라이스페이퍼)에 생선·돼지고기·채소를 싸서 먹는 요리(월남쌈)를 좋아한다”며 “이때 다양한 채소를 함께 먹는데 그 이유는 따뜻한 기운을 가진 채소(양파·생강)와 차가운 기운을 가진 채소(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얀 쌀 전병과 신선한 야채를 그대로 쓴 베트남 음식은 색깔도 소박하고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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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 추천 태국·베트남 음식점

●왕타이 태국대사관 직원들이 국내외 손님을 대접할 때 즐겨 가는 곳이다. 서울 이태원. 02-749-2746.

●세인트 어거스틴 태국·베트남 음식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곳인데 셰프가 태국인이라 태국 음식에 좀 더 강하다. 서울 반포동. 02-595-2018.

●사이공 베트남인 셰프가 있는 집으로 매일 아침 육수를 직접 끓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 인사동. 02-730-6668.

●땅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하노이식 쌀국수와 분차(돼지고기 구이·쌀국수 비빔)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역삼동. 02-554-0707.

TIP 꿍·까이·똠 … 단어 몇 개 알면 태국음식 주문 쉽죠

태국 용어 몇 개만 알아두면, 태국식당 메뉴판의 낯선 음식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꿍(gung·새우), 까이(gai·닭고기), 느아(nuea·쇠고기), 무(moo·돼지고기), 푸(poo·게), 쁠라(pla·생선), 뀌뛰우(guey tiew·쌀), 카오(khao·밥), 깽(gaeng·커리), 똠(tom·끓이다), 팟(pad·볶다), 얌(yam·매콤새콤한) 등이다. 예를 들어 ‘똠얌꿍’은 새우로 끓인 매콤새콤한 음식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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