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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반지하주택’ 건축 제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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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시가 수해 방지를 위해 반지하주택 공급을 억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건기 서울시 건축기획과장은 24일 “침수 피해에 취약한 반지하주택의 건축 허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건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 (반지하주택) 공급을 불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시비를 들여 매입한 뒤 임대주택으로 활용 중인 다가구 연립주택의 반지하 2688가구를 적절한 시기에 패쇄하고 다른 용도로 활용키로 했다.

21일 서울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침수된 1만2518가구 중 상당수가 반지하주택인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대책이다. 반지하주택은 서울시내 전체 주택 326만 가구 중 약 35만 가구(10.7%)를 차지한다.

특히 서민들이 거주하는 다가구 연립주택에 많이 딸려 있고 전세가가 싸다. 이 때문에 반지하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대체 주택 공급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 억제책을 쓸 경우 서민들의 전세난을 유발하고 전·월세가 폭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영우 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상임이사는 “반지하주택을 억제하겠다는 정책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남은 거의 유일한 저가의 거주공간인 반지하주택을 대책 없이 없앤다면 서민들은 서울에서 살지 말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현재 계획 중인 임대주택 물량은 반지하주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2014년까지 22만3000가구, 2018년까지 34만 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그나마 시프트(장기전세주택)가 대부분이다. 유 이사는 “시프트는 임대보증금만 1억원에 달할 정도”라며 “반지하주택 거주자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이와 관련, "원룸형이나 기숙사형 등 다양한 형태의 서민용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중장기 수방대책’ 역시 3년 전 발표를 재탕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서울시가 23일 발표한 ‘중장기 수방대책’은 2007년의 ‘수방시설 능력 향상 4개년 계획’을 재탕한 것”이라며 “2007년 당시 계획이 정상적으로 추진됐으면 이번 재난의 상당 부분을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환경연합은 이어 “2007년 대책에 들어 있던 2010년까지 빗물펌프장 52곳을 신·증설하고, 빗물펌프장 111곳의 전기 설비를 보강한다는 등의 내용이 이번에 그대로 다시 발표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2007년 계획에 따라 빗물펌프장 9곳을 이미 완공했고, 연내에 13곳을 착공한다”며 “저지대 침수지역의 하수관 618㎞ 중 443㎞에 대한 확대 작업을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또 "다만 빗물펌프장과 하수관을 무한정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빗물 저류조 16개를 설치해 기상이변에 따른 집중호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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